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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오늘 밤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1996-12-31 (Tue) 전대환 [2004-09-27 23:14]
전대환 KBS 제1라디오
지난 24일 자정 쯤 해서 시내에 나갈 일이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베이비"라는 야롯한 말이 나올 정도로 흥청거림의 대명사처럼 되었던 성탄 이브가 이번에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습니다. 자동차 안에서 보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연인들이 함께 다니는 모습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교회에서 새벽송을 다니는 팀들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음주 측정을 하는 경찰관들만 가끔 눈에 보일 뿐이었습니다. 이를 최악의 불경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숙해진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 주일이 지난 오늘 밤은 과연 어떨지 궁금합니다. 여러분은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오늘 밤을 어떻게 보내시겠습니까? 조금 전에 인터넷에 들어가 보았더니 아주 재미있는 조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21세기를 앞둔 1999년 12월 31일 밤에 당신은 무엇을 하겠는가?" 하는 조사였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세계 각국 사람들이 내놓은 응답 중 가장 흔한 내용은 여행을 하겠다는 내용이었고, 미국 플로리다의 어떤 학생은 "플로리다의 지는 해를 바라보겠다"고 하면서, 그런 다음 밤에는 춤을 추러 가겠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학생은 담담하게 "그 때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적잖은 사람들이 1999년 12월 31일에 대한 다른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21세기는 2001년부터 시작되는 것이지, 2000년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21세기가 언제부터 시작되는가 하는 문제는 접어 두고,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답은 Ira라는 Id를 쓰는 사람의 대답이었는데, 그는 "그 날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다. 왜냐하면 그 날은 하루에서 하루를 건너가는 때이고, 한 달에서 다음 달로 가는 경계이고, 1년이 바뀌는 때이고, 90년대가 가는 시점이고, 한 세기가 바뀌는 때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천 년이 시작되는 때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천 년 단위 백 년 단위는 아니지만 적어도 오늘 밤은 한 해가 바뀌는 시간입니다. 오늘 밤, 평상시와 다름 없이 잠을 자는 이도 있을 것이고, 진탕 술을 퍼마시려고 작정하는 이도 혹시 있을 수 있겠고, 조용히 음악을 들으면서 자정을 넘길 이도 있을 것이고, 더러는 동해안으로 나가서 해돋이할 준비를 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또는 교회나 사찰 등 종교적인 장소에서 신앙 가운데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맞이할 이도 있을 것입니다.
다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떻게 이 밤을 보내든지, 반드시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가"하는 뚜렷한 역사 의식을 가지고 송구영신에 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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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2-31 (T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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