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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어 하는 일과 억지로 하는 일
하고싶어 하는 일과 억지로 하는 일
1996-12-17 (Tue) 전대환 [2004-09-27 23:12]
전대환 KBS 제1라디오
역 대합실에 가 보면 시계를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열차의 출발 시각을 지루하게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흥미진진한 연속극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가끔 시계를 봅니다. 그 재미있는 이야기가 남은 시간 동안에 얼마나 진행이 될까 궁굼하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한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때는 번개처럼 지나가지만, 어떤 때는 "일각이 여삼추"라는 말처럼 그렇게도 길게 느껴집니다.
이와 같이, 같은 시간인데도 상황에 따라 길이가 엄청나게 다르게 여겨지는 것은, 시간 속에서 진행되는 그 일이 자신의 뜻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타의에 의한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새벽에 등산을 한다든지 수영이나 다른 운동을 하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그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시간을 사용하면서도 표정이 밝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시간에 민방위대의 소집을 받고 나온 사람들의 얼굴은 그렇게 밝지 못합니다. 새벽이 아니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가 스스로 원해서 두세 시간 운동을 할 때는 몸이 그다지 피곤하지 않지만, 같은 시간 동안 노동을 하게 되면 피곤함의 정도는 크게 다릅니다.
"말을 물가로 데리고 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옛말처럼, 하기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시키는 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평안 감사도 저 하기 싫으면 못 하는 법이니까요.
21세기의 주인공들인 아이들을 생각해 봅시다. 부모나 선생님의 욕심은 그저 열심히 공부를 시켜서 앞으로 가급적 안정된 생활을 누리도록 해 주고싶은 일일 것입니다. 책도 많이 읽도록 해 주고 싶고, 예술적인 감각도 어려서부터 익히게 해 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이들에 대한 대체적인 고민은 공부를 하기 싫어한다는 것이지요. 공부뿐만 아니라 독서 등 과외 활동도 그렇습니다.
유대인들의 경전에 보면 "성서는 꿀 송이보다 더 달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녀들에게 성서를 읽도록 하기 위해서 부모의 권위로 강요하는 대신 성경책에다가 실제로 꿀을 발라서 아기들이 그것을 핥아먹도록 해서 일찍부터 무의식중에 책과 가까워지도록 교육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도 자녀들에게 하고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또 그런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독서 습관을 기른다는 명목으로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한 주에도 몇 권씩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 오게 한다든지 하면, 염려스러운 것은, 그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책이라면 거부감부터 가지게 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강제로 책을 읽게 하는 것보다는 몇 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야 우리 사회는, 시대에 끌려서 가는 피곤한 사회가 아니라, 시대를 만들어 나가는 신바람 나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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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2-17 (Tue)
전대환 [2004-09-27 23:12]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