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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향한 화살

내일을 향한 화살

1996-11-26 (Tue)

전대환 [2004-09-27 23:10]

전대환

KBS 제1라디오

우리가 "고양이 앞의 쥐"같다는 말을 종종 씁니다. 고양이 앞에서는 쥐가 그토록 힘없는 동물이지만 고양이는 한 마리의 쥐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 합니다. 하나의 목표물을 잡기 위해서는 모든 역량을 그 쪽으로 집중시켜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는 여기서 얻을 수 있습니다.

강사들이 청중에게 강연을 하기 위해서는 장시간의 준비 과정을 거치는데, 강연을 준비하면서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은 강연의 목표입니다. 전체 강연을 통해서 자기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중심 주제에 끊임없이 초점을 맞추어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강연의 방법을 가르치는 교과서에는, 목표점 없는 연발탄을 절대 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정조준을 해서 빗나감 없는 한 발을 쏘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본디 활을 쏘는 민족이어서 그런지 요즈음도 우리 선수들의 활 쏘는 솜씨가 세계적으로 뛰어납니다. 우리가 미래 사회를 향해 정진하는 일에 있어서도 궁수가 활을 쏘는 자세로 나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대단히 밝을 것입니다. 활을 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하는 집궁원칙이 여섯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선찰지형(先察地形)이라 해서, 지형을 먼저 잘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후관풍세(後觀風勢)로서, 자기가 쏘는 화살이 바람을 얼마나 탈 것인지 계산에 넣는 일입니다. 셋째는 비정비팔(非丁非八)인데, 너무 경직되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느슨해지지도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적당한 긴장과 적당한 이완을 조화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 넷째는 흉허복실(胸虛腹實)로서, 가슴은 비우고 배에 기(氣)를 채우라는 뜻입니다. 다섯째는 전추태산(前推泰山)입니다. 태산을 움직일 만한 추진력을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발여호미(發如虎尾.)라고 하는데, 활시위를 놓는 순간은 호랑이 꼬리를 잡는 심정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호랑이를 잡는 일에는 실수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실수는 곧 생명을 잃는 것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완벽한 자세로 활을 쏜다면 어찌 빗나감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미래를 준비하는 일도 이와 같이 집중력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구미시의 2000년대를 기획하는 분들도 "실수하면 죽는다"는 발여호미(發如虎尾.)의 심정을 가지고 일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그 중에서 특히 도시계획 부분은 더욱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까지 시행착오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 왔습니다만, 앞으로는 더 이상 시행착오를 거듭해서는 안 됩니다. 먼저 현상황을 살피고, 외풍의 영향을 계산하고, 가슴의 탐심을 버리고 맑은 기로 배를 채워서, 태산을 움직이는 추진력으로 일을 해 나가되, 시행착오는 곧 파멸로 이어진다는 각오로 공무를 수행한다면 하는 일마다 시민들이 행복해 지게 될 것이고, 쓸데없이 도로를 파헤치는 등의 일로 시민의 고혈을 허비하는 일이 없게 될 것입니다.

1996.11.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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