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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대장
골목대장
1996-10-29 (Tue) 전대환 [2004-09-27 23:06]
전대환 KBS 제1라디오
저는 종종 아이들하고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텔레비전 만화를 봅니다. 몇 년 전에 방영되었던 <개구쟁이 데니스>라는 만화는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올 만큼 재미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데니스가 동네 꼬마들을 몰고 다니면서 자기 집은 물론 옆집 할아버지 윌슨씨 댁에까지 활동 무대로 삼아 온갖 장난을 다 치는 이야기였습니다만, 역시 그것은 만화니까 가능한 이야기고 현실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그런 모습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흔했던 골목대장들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방과후에 골목을 돌아보아도 떼지어 놀고 다니는 아이들은 여간해서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아이들 일정이 사업가 못지 않게 바쁜 세상입니다. 친구 집에는 생일 파티나 열어야 초대되어 갈 정도입니다. 그러니 골목대장이 있을 수가 없고 구들대장, 아니 침대대장만 있을 뿐이지요. 아이들의 사회성보다는 개인적인 실력과 사생활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결과일 것입니다.
자녀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나면 어머니들이 무척 바빠진다고 합니다. 바쁜 이유 중의 하나는 학교에 청소하러 가는 일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1학년짜리 딸아이한테 물어보았더니, 자기네 반은 어머니들이 안 오시고 스스로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너희 선생님 참 훌륭하신 분이구나" 하고 말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제 방 청소에서 해방된 것은 물론이고 학교에까지 어머니들이 달려가서 청소를 해 주는 것을 보면서 한 편으로 걱정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을 과보호하는 분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때가 되면 제 할 일 한다"는 것인데, 그 "때"가 자꾸 뒤로 미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제 할 일을 어머니가 대신 해 주면,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는 더 많이 거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하기는 시중의 꽃들도 자연산보다는 온실에서 큰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세상이고 보면, 온실에서 보호만 받고 큰 아이들이 대부분인 세상에서, 살아가는 환경도 거기에 알맞게 바뀌어 가기는 하겠습니다만, 사회 전반적으로 어린이들의 나약한 모습이 나라의 허약함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여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식상한 표현일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아이들이 21세기의 주역들임에는 틀림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단풍이 짙어지는가 했더니 길바닥에 낙엽이 늘어갑니다. 모든 나무가 같은 기온 아래 살고 있지만, 어떤 나무는 잎이 금방 시들고 어떤 나무는 겨우내 늠름합니다. 집안에서 온갖 보호를 다 받고 자란 아이들은 우선은 무난할지 몰라도 언젠가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제 할 일을 찾아서 할 줄 아는 아이들은 역경에 대한 면역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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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0-29 (Tue)
전대환 [2004-09-27 23:06]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