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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정돈
정리정돈
1996-11-12 (Tue) 전대환 [2004-09-27 23:08]
전대환 KBS 제1라디오
제가 아주 어릴 적에 들었던 말 중에, 아직까지 제 생활에 영향을 주는 말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쯤인 것으로 기억됩니다만, 당시에 부모님과 함께 선산에서 구미에 왔다가 날이 저물고 차가 끊어져, 구미역 근처의 어느 집에 들어가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그 댁은 젊은 아낙이 아이들과 함께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아가는 집이었습니다. 따뜻한 방과 이불을 내주어 편한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제가 잤던 이부자리를 개는데, 그 댁 할아버지께서 부르셨습니다. '어쩐 일로 그러시나' 하고 일어나서 돌아보았더니, 다시 한 번 부르시더니 말씀을 하셨습니다.
"얘야, 제가 잔 이부자리를 갤 줄 아는 것을 보니, 넌 참 착하구나. 그런데, 이왕 갤 바에는 좀 더 잘 개는 것이 좋겠다. 옛말에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안다고 했거든."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개어놓은 이불을 다시 펴시더니 손수 시범을 보이시면서 이불 개는 법을 친절히 가르쳐 주셨습니다. 어린 제가 보아도 너무나 단정하고 깔끔한 솜씨였습니다. 그 때는 '무서운 할아버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안다"는 그 말씀이 아직까지도 저를 인도하는 경구(警句)가 되고 있습니다.
어느 집이고 현관에 들어서 보면 그 집 사정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구나 집기들이 값비싼 것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를 떠나서, 사용하기 편리하고 보기도 좋게 얼마나 잘 정돈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그 집 가족의 성품을 알게 합니다.
컴퓨터도 그렇습니다. 어느 컴퓨터든 부팅을 시켜 초기 화면의 디렉토리를 보면 그 사람의 성품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떤 컴퓨터는 루트 디렉토리에 수십 개의 디렉토리와 파일들이 뒤죽박죽 되어 있는가 하면, 어떤 컴퓨터는 한 화면에 금방 알아볼 수 있게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정돈된 컴퓨터는 보기에도 좋고 일의 능률도 오를 뿐만 아니라 컴퓨터 자체의 속도도 빠르게 동작합니다.
어떤 기술을 처음 배우러 들어가면 훌륭한 명장(明匠)은 기술을 가르치기에 앞서 뒷치닥거리와 정리정돈을 먼저 시키는 것이 상례입니다. 컴퓨터를 배우는 분도 하드 디스크의 정리정돈부터 익혀야 합니다. 루트 화면에 디렉토리가 스무 개 이상 떠 있는 컴퓨터는 일단 정돈이 필요한 경우라고 생각하면 거의 틀림이 없습니다.
하드 디스크를 정돈하는 일에 있어서, 외형상 보이는 디렉토리와 파일들을 정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 즉 파일들과 디렉토리들의 위치를 바로잡아주는 것입니다. 초보자들은 무슨 말인가 하실지 모르지만, 요즈음에는 이런 일을 해 주는 좋은 소프트웨어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운영 체제를 도스로 사용하는 분들은 노턴 유틸리티의 를 실행시켜 주면 컴퓨터가 스스로 정돈을 해 줍니다. 윈도95를 쓰는 분들은 보조 프로그램 안에 있는 <디스크 조각 모음>을 일 주일에 한 번 정도 실행시켜 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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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1-12 (Tue)
전대환 [2004-09-27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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