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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사회와 개인 정보
정보화 사회와 개인 정보
1996-11-05 (Tue) 전대환 [2004-09-27 23:07]
전대환 KBS 제1라디오
가을이 깊어가면서 우리의 옷도 두꺼워지고 있습니다. 옷이 두꺼워진다는 것은 체온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만, 옷이라고 하는 것은 반드시 추위를 막기 위해서 입는 것만은 아닙니다. 어딘가를 가리는 기능도 우리가 옷을 입는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입니다. 사회 통념상 반드시 가리고 다녀야 할 부분이 있지만, 그 이외의 부분은 가릴 곳과 노출시킬 곳을 개인의 취향이나 의사에 따라서 스스로 결정합니다.
그런데,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보이고 싶지 않은 자신의 속살을 찍은 사진이 남의 손에 들어가 있다면 이는 기분이 나쁘다 좋다 하는 문제를 떠나, 대단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21세기를 특징짓는 표현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말 중의 하나는 <정보화 사회>입니다. 정보가 그만큼 중요하기에 붙여진 표현입니다. 어마어마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 개인의 정보가 지극히 작은 부분일 수 있지만, 그래도 그것은 인권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에게 있어서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요즈음 깜짝 놀랄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생일이 되었을 때 생일 축하 카드가 여러 장 날아오는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자동차 종합보험 만기일이 되어 가면 몇 군데의 보험회사에서 재가입을 알리는 홍보 자료가 배달이 됩니다. 그리고 이제 곧 겪게 되겠습니다만,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사설학원에서 우편으로 보내는 광고물이 수신자를 학생의 이름으로 기재된 채 가정으로 배달됩니다. 심지어는 다른 지역의 업체들에서조차 도서 구입 안내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홍보물들을 이름과 주소를 정확하게 기입하여 보냅니다. 이런 일을 경험할 때마다, 도시의 번화가 한가운데서 수영복만 입고 앉아 있는 기분이 듭니다.
최근에는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다고 자처하는 어떤 단체가 어마어마한 개인 자료들을 가지고 시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후원을 요청하여 물의를 빚은 사태까지 있었습니다. 참으로 충격적인 일입니다.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여러분의 인적사항도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 있을지 모릅니다. 이들 자료에는 개인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은 기본적으로 들어 있고, 충신학교와 학과, 신체 조건, 직장, 직위, 월수입까지 기록된 것들이 나돈다고 합니다. 돈을 받고 이런 자료들을 파는 업체들도 있다니,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정부에서도 주민등록증을 비롯한 몇 가지 카드를 통합한 전자카드를 발급할 예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국자들은 보안 장치가 되어 있어서 걱정할 것이 없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터진 대형 사고들이 보안 장치가 없어서 발생한 것들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걱정입니다. 그러니, 최선의 방법은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자기와 관계가 없는 단체나 업체들에서 홍보 자료가 날아오면 반드시 항의를 해야 합니다. 자신의 정보는 자신이 스스로 지키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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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1-05 (Tue)
전대환 [2004-09-27 23:07]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