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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세월
가는 세월
1996-12-03 (Tue) 전대환 [2004-09-27 23:11]
전대환 KBS 제1라디오
아이들은 기다리는 재미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카드다 장식이다 하며 분주합니다. "내 생일이 언제다" 하며 생일을 기다리기도 하고, 소풍이나 견학 가는 날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한 시라도 세월이 빨리 가 주면 좋겠다는 마음을 역력히 드러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갈수록 세월이 빨리 지나가는 것에 대해 은근히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노총각 노처녀들은 연말이 되면 "내년이면 내 나이가 몇 살이다" 하면서 해가 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중년층의 사람들은 "이제 내 나이 40인데" "50인데" 하면서 그 동안의 세월을 되짚어 보기도 합니다. 30대까지만 해도 그 많던 희망이 이제는 현실의 무게로 짓눌려 현재의 삶을 고달파할 뿐만 아니라, "언제 나에게 좋은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조급함이 밀려옵니다. 노년층의 어른들은 인생의 덧없음을 더욱 뼈저리게 느낄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월은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인류의 역사도 그렇습니다. 인간이 이 세상에 등장한 것을 보통 500만 년 전으로 생각하는데, 그 이후부터 현대까지를 30일로 축소하여 재구성한다면, 이른바 원시시대라고 말하는 수렵시대가 29일 22시간 30분을 차지합니다. 그 이후 농경시대는 1시간 27분, 산업시대는 1분 50초 정도가 됩니다. 오늘날의 시대를 우리가 <정보화 시대>라고 부릅니다만, 이 계산으로 따지면 정보화시대는 불과 50초 정도입니다. 거기다가 컴퓨터가 등장한 이후부터 정보화시대가 시작된 것으로 본다면 그 기간은 단 12초에 지나지 않습니다.
500만 년 전부터 계산하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하여 인류의 <문화>가 시작된 시기부터 다시 계산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언어>가 사용된 것을 기원전 3만 3천 년으로 보고, 그 때부터 현재까지를 이번에는 1년으로 환산해 봅니다. 그러면 기원전 33,000년은 1월 1일입니다. 문자가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기원전 5500년은 10월 20일, 활자가 나온 AD 1500년은 12월 27일, 전신(電信)을 사용하게 된 20세기 초는 12월 30일 오전 4시, 라디오와 영화가 등장한 1930년대는 12월 31일 오전 10시, 텔레비전과 VTR 시대인 1960년대는 12월 31일 오후 5시 15분, 그리고 컴퓨터 시대인 현대는 12월 31일 자정 직전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1년 중 10개월여를 잠잠하게 있던 인류는 그 때부터 <문명>이라는 변화를 시작하더니 1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하루 동안에 1년 동안의 변화를 엄청나게 능가해 버렸습니다.
어떤이는 세월을 폭포수와 같다고 했습니다. 한동안 평평하게 흐르던 물이 어느 시점에 와서 빨라지기 시작하더니 낭떠러지 직전에 와서는 겉잡을 수 없이 급류를 형성하는 것과 같이 20세기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래서 우리는 세상을 좀더 넓게, 멀리 보아야 합니다. 그것이 미래, 21세기에 대한 대비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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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2-03 (Tue)
전대환 [2004-09-2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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