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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카드
성탄 카드
1996-12-24 (Tue) 전대환 [2004-09-27 23:13]
전대환 KBS 제1라디오
현대 사회를 우리는 '능력 위주의 사회'라고 표현합니다. 능력이 있어야 인정을 받고, 각자의 위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따뜻한 가슴이 있고, 어리광이라도 부릴 수 있는 인간미가 없으면 진정 매력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컴퓨터를 흔히 비인간적인 기계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재주가 있다면 좀 색다르게 인간미를 풍길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기독교가 우리 나라에 들어온 것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성탄절을 보내는 풍습은 서양에 못지 않게 활발합니다.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카드 때문에 우체국에서는 휴일도 없이 비상 근무를 해야 될 지경입니다. 이는,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예(禮)를 중요시 해 오면서 인사 나누기를 즐겨했던 영향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직까지 커드를 보내지 않은 분이 있다면 집배원 여러분을 비롯한 우편 업무 관계자들의 일도 덜어 드리면서 따뜻한 정을 나누는 방법을 써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렇게 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전화를 사용하는 일입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배달되는 카드들 중 7~80 퍼센트는 대량으로 인쇄된 것으로서, 적어도 수십 명에서 수백명의 사람 앞으로 똑같은 내용이 기록된 카드들입니다. 너무나 형식적인 것들이 많지요. 그러나 오랫동안 뵙지 못했던 분들에게, 성탄과 새해를 맞아 전화로 문안을 드린다면, 직접 찾아 뵙는 것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친근한 인사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허물없는 사이라면 팩시밀리를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해상도도 썩 좋지 못하고 색상 표현도 잘 안 되지만, 친필로 몇 자 적어서 마음을 전한다면 값비싼 카드보다 상대의 마음을 더 크게 움직일 수 있을 것입니다.
컴퓨터 통신을 하는 분이라면 전자 메일로 카드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전자 메일에는 자신의 육성(肉聲)까지 담아서 카드를 보낼 수 있습니다. 화면의 그림을 움직이게 해서 목소리까지 담는다면 훌륭한 카드가 됩니다. 직접 이런 카드를 작성하지 못하는 분들도 각 컴퓨터 통신망의 자료실에 들어가 보면 이런 카드를 만드는 프로그램들을 여러 종류 구해서 쓸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분들이라면 더 편리하게 카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카드를 보내면 카드를 다운받아서 접속을 끊고 다시 카드 파일을 실행시키지 않아도, 즉석에서 캐롤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자기의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한 해가 다 가는 이 시점에서, 그 동안 알고 지내던 분들에게 카드를 보내고 인사를 나누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세월이 변해가고 통신 매체도 변해가는 오늘날에 있어서, 전통적인 방법도 좋겠지만 새로운 방법을 도입해 보는 것도 우리 삶에 신선함을 더해 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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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2-24 (T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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