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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때문에 이 수고를 하는가
누구 때문에 이 수고를 하는가
1996-11-13 (Wed) 전대환 [2004-09-28 00:40]
전대환 내일신문
“세월이 빠르다”는 식상한 표현을 어쩔 수 없이 다시 쓰게 하는 계절이다. 뜨거운 여름의 자랑스럽던 플라타너스와 포플러 나무 잎새들이 힘없이 떨어지고, 지지리도 못난 것 같던 솔잎을 비롯한 침엽수들만 삐죽삐죽한 잎새를 자랑하는 때가 되었다.
이스라엘의 이름 없는 옛 시인이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나는 세상에서 헛된 것을 또 보았다./한 남자가 있다./ 자식도 형제도 없이 혼자 산다./ 그러나 그는 쉬지도 않고 일만 하며 산다./ 그렇게 해서 모은 재산도 / 그의 눈에는 차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는 가끔,/ ‘어찌하여 나는 즐기지도 못하고 사는가?/ 도대체 내가 누구 때문에 / 이 수고를 하는가?’ 하고 말하니,/ 그의 수고도 헛되고 부질없는 일이다.”
한 해가 저무는 시절이라 하면 너무 때이른 말일까? 그러나 12월이 되고 연말이 되면 아무리 아쉬운 일도 고칠 여유가 없다. 연말에 가서야 한 해를 아쉬워 하는 듯, 철학자라도 된 듯, 망년회를 하고 한 잔의 술로 외로움을 달래 보려 하지만 그것은 이미 흉내에 지나지 않는다. 한 해를 돌아보아야 할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위의 시인이 노래했듯이, ‘내가 누구를 위하여 이 수고를 하는가?’ 하고 돌이켜볼 일이다.
먼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 자신을 위해 보람이 있는 일인가 생각해 보자. 세상의 내로라는 도덕군자라도 자기 자신이 만족하지 못하면 고독이든 고행(苦行)이든 하려 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자기가 기뻐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자기가 하는 일로 인하여 남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기쁘더라도 기쁨은 있어야 한다.
또 하나, 내가 하는 일이 가족에게 도움을 주는 일인가 따져 보자. 위의 시인은 위의 인용 부분 바로 다음에 다음과 같은 구절을 덧붙였다. “혼자보다는 둘이 더 낫다./ 두 사람이 함께 일할 때에,/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 또, 둘이 누우면 따뜻하지만,/ 혼자라면 어찌 따뜻하겠는가?” 요즈음 잘 나가는 유명 인사들 중 이혼한 이들이 더러 있다. 채식을 주장하며 체질 개선을 줄기차게 말해 온 이 아무개 의사가 그랬고, 빈민들을 위해 온갖 고생을 다 하며 꽤나 성공을 거둔 김 아무개 목사가 그랬다. 자신들이 좋아서 해 오던 일이지만 가족을 이해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함께 누웠을 때 따뜻한 사람이 고맙게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나는 그들에게 행복을 주고 있는가 생각해 보자.
마지막으로, 살펴볼 일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역사(歷史)이다. 역사 앞에서 나의 일이 유익한 일인가를 이 시기에 짚고 넘어가자. 역사는 흐르는 시간 속에 자아(自我)가 참여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라 했다. 내 자아의 참여가 역사를 위해 유익하지 않다면 궤도를 수정해야 할 시기가 지금이다.
우리는 행복해야 한다. 행복하기 위해 살아야 한다. 우리의 삶 속에서 적어도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이 <일>이라면 그 일은 나의 행복, 가족의 행복, 역사의 행복을 위한 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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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1-13 (Wed)
전대환 [2004-09-28 00:40]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