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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것과 기계의 것
사람의 것과 기계의 것
1996-11-19 (Tue) 전대환 [2004-09-27 23:09]
전대환 KBS 제1라디오
여러분, 어제 밤에는 평안히 주무셨습니까? 날씨가 쌀쌀해졌기 때문에 보일러를 켜서 따뜻하게 주무셨을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수도를 틀어서 세면이나 샤워를 하셨을 것입니다. 전자 렌지 등 부엌의 기계들을 이용하여 만든 아침 식사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출근할 때 자동차를 이용하셨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들어오신 분도 있겠지요. 지금 일하시는 데 전등을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말씀 드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방송 장비들이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평상시에 아무런 느낌도 받지 않고 사용하는 것들이지만 오늘 아침부터 여러분이 사용한 보일러, 수도, 주방 기구, 자동차, 엘리베이터, 전등, 컴퓨터, 방송 기기 등은 모두 기계들입니다. 여러분의 하루 일과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기계가 없이 지내는 시간이 하루에 얼마나 되겠습니까? 아마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방 안에 조용히 앉아 있는 시간에도 난방기구와 전등과 전화 등은 계속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적도 없고 아무 시설도 없는 깊은 산 속에 혼자 있다고 해도 여러분은 기계로 만든 옷을 입고 있습니다. 잠시도 기계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세상입니다.
원시시대에는 사람의 힘으로만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는 시대로 가게 되었고,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해서는, 도구가 도구를 움직이는, 이른바 기계화 시대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의 발로 가다가, 다음에는 사람이 수레를 끌다가, 산업혁명기부터는 기계가 수레를 끄는 자동차라는 기계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동력(動力)을 기준으로 하여 말씀 드렸습니다만, 이제 다가오는 21세기에는 동력은 기본적으로 기계의 몫이고, 지능의 문제가 부각이 될 것입니다. 즉 지능이 얼마나 기계 쪽에 실려지는냐 하는 것이 기계의 발달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입니다.
이미 인공 지능을 가진 자동차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우리 나라에서 인공 심장을 개발하여 송아지에게 이식시켰더니 한 일 주일쯤 살았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지금의 기술로도 두뇌를 제외한 인체의 대부분을 인공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앞으로의 관심은 인공 두뇌의 개발일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로봇이 등장하리라는 것도 만화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자, 이렇게 사람의 동력이 기계의 것이 되었고, 지능까지 기계의 몫이 된다면, 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 조건은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사람이 서로간에 느끼는 감정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여러분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아니면 누군가가 미워서 못 견딜 지경이라면, 그렇다면 여러분은 21세기의 당당한 주인으로서 모자람이 없는, 위대한 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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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1-19 (Tue)
전대환 [2004-09-27 23:09]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