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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국민의 눈은 어머니의 눈
[전대환 칼럼] 국민의 눈은 어머니의 눈
2010-02-11 (Thu) 마을지기 [2010-02-15 23:30]
전대환 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국민의 눈은 어머니의 눈
전대환 (전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구미안디옥교회 목사)
요즘 사람들은 천벌(天罰)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 옛날 사람들은 다툴 때 “천벌이 무섭지 않으냐?” 하는 말을 흔히 썼고, 듣는 사람도 겉으로는 무시하는 체하지만 속으로는 조금 움찔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이 말이 위력을 잃고 말았다. 교회에서도 선배 목사들은 ‘지옥 간다!’ 또는 ‘하나님께서 벌주신다!’ 하는 설교를 심심치 않게 했었고, 듣는 사람도 꽤 두려움을 느꼈지만 요즘 신도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지옥에는 한국 사람들의 줄이 가장 길다는데, 찜질방 불가마에 익숙해진 한국 사람들 때문에 리모델링하느라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단다. 하긴, 워낙 지옥 같은 땅에서 살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데가 또 있으랴’ 하는 마음이 들 것 같기도 하다.
천벌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들
구약성경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그 때가 이르면, 내가 등불을 켜 들고 예루살렘을 뒤지겠다. 마음 속으로 ‘주는 복도 내리지 않고, 화도 내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술 찌꺼기 같은 인간들을 찾아서 벌하겠다”(스바냐서 1:12). ‘하나님이 복을 주신다고?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요즘 세상에 천벌이 어디 있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옛날 이스라엘에도 있었나 보다. 유일신을 섬기는 일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했을 고대 이스라엘에서도 그랬으니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천벌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것이야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하나님 또는 신의 이미지를, 흰 수염을 휘날리며 도포를 입고 구름을 타고 다니며 복도 주고 벌도 주는 분으로 그리는 동심의 세계에서 벗어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소설가 이문열은 그의 소설 ‘변경’에서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이렇게 말했다. “신을 믿고 싶어 한다는 것은 신이 있기를 바란다는 뜻이고, 신이 있기를 바란다는 것은 세계와 인생에 어떤 목적과 질서가 있어주기를 바란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세계와 인생에 어떤 목적과 질서가 있어주기를 바란다는 것은 너 또한 거기에 맞춰 선량하고 겸손하게 살기를 바란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르게 살려고 하는 사람은 민심도 천심으로 받아들이고, 세 살 박이 어린아이의 입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
누가 지켜보고 있는 것을 알면 웬만한 사람은 죄를 짓지 못한다. 보는 눈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 바꾸기를 손바닥 뒤집듯이 하고, ‘먹고 살기 위해서’ 또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붙여 양심에 반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정권의 입맛에 안 맞는다고 방송사 사장이나 공공기관 대표들이나 선생님들을 몰아내놓고는, 그것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는데도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고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은 세상에 보는 눈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내가 대통령이 되면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잘못될 것이라고 중상모략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난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며 대통령 선거유세 때 충청권 표심을 다독거렸던 대통령은 하나님이 살아 계심을 믿고 고백하여 안수를 받은 그리스도교 장로가 아닌가. 4대강에 보를 설치한다고 하면서 모의실험도 해보지 않고 공사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은 또 어떤가.
벌써 오래 전 일이지만, 독일 베를린의 어떤 신문이 독자들을 상대로 현상공모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응모하여, 꽃도 아름답고 별도 아름답고 음악도 아름답고 젊은 처녀의 웃음도 아름답다는 등의 답을 보내 왔는데, 당선작으로 꼽힌 대답은 아홉 살 난 소녀의 것이었고, 그 대답은 ‘우리 어머니의 눈’이었단다. 사랑이 가득 찬 표정으로 자식을 조용히 지켜보는 어머니의 눈동자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데 뜻이 모아진 것이다. 예전에 안병욱 교수는 그것을 가리켜서 “깊은 미(美)요, 진실한 미요, 신성하고 경건(敬虔)한 미”라고 했다.
끝까지 방치하지는 않아
정권을 지켜보는 국민의 눈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국민이 정권을 낳았기 때문이다. 현명한 어머니는 아이의 행동에 대해 사사건건 간섭하거나 잘못할 때마다 매를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이가 무엇을 하건 끝까지 방치하지는 않는다. 정권 초기에 국민은 이미 촛불을 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잠깐 반성의 빛을 보이다가 다시 어머니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아이를 두고 어머니는 인내의 한계를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국민의 눈은 하나님의 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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