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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 평화 마인드, 대결 마인드
[신문로] 평화 마인드, 대결 마인드
2009-06-24 (Wed) 마을지기 [2009-06-25 00:32]
전대환 내일신문
2009-06-24 오후 12:53:01 석간 내일신문 게재
평화 마인드, 대결 마인드
전대환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구미안디옥교회 목사)
종교개혁자 루터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두 산양(山羊)이 깊은 물 위에 놓인 좁은 다리 위에서 만났다. 어느 놈이든, 되돌아갈 수도 없고 하나를 비켜 보낼 수도 없다. 답이 없을 것 같지만, 아니다. 하나가 다리 위에 엎드려 다른 놈으로 하여금 넘어가도록 하면 둘 다 손상을 받지 않는다. 그러니까 사람도, 물러서지 않고 서로 대치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밟히는 것을 견뎌야 한다.”
잠시 내가 밟히더라도 둘 다 살기 위해서 엎드릴 줄 아는 사람은 평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다. 그 반면, 잠시 엎드리는 지혜를 생각하지 못하고 끝까지 버티는 사람은 대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다. 양쪽 다 평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둘 다 살겠지만, 적어도 한쪽만이라도 평화 마인드를 가지면 둘 다 죽는 것은 피할 수 있다.
평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상대를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기 전에 자기를 상대에 맞추려고 하지만, 대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상대를 변화시키려고 한다. 평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상대를 설득하여 공감을 이끌어내려고 하지만, 대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상대를 굴복시키려고 한다.
둘 다 사는 길, 둘 다 죽는 길
1950년 6월부터 3년간 전쟁을 한 뒤, 다행스럽게도 지난 56년 동안 우리는 휴전 상태로 지내왔다. 수십년 동안 냉전 상태를 거쳤지만, 근래에는 상당히 긴장이 완화되었다. 금강산 관광도 할 수 있었고, 개성에 공단도 들어섰고, 정부 차원의 교류와 민간 교류도 활발해졌다. 머지않아 열차를 타고 부산에서 북녘땅을 거쳐 유럽까지 갈 꿈에 부풀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서 남북 관계가 꽁꽁 얼어붙었다. 물론 우리 정부에서도 노력은 하고 있겠지만, 문제가 이만저만 심각한 것이 아니다. 북쪽에서는 자기들 상황이 벼랑 끝이라고 생각하고 핵을 가지고 버티고 있다. 남북 관계가 이렇게 경색된 것은 남북 모두에 책임이 있지만, 지금은 책임 소재를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쪽에서 먼저 엎드려야 한다. 누가 엎드려야 하는가. 그래도 힘이 있는 쪽이 엎드리는 것이 낫지 않은가.
그런데 이명박정부가 평화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 남쪽에서 어떻게 해보려 하기보다는, 자꾸 북쪽 보고 “변해라, 변해라” 하고 있다. ‘핵을 버려라, 무조건 개방해라, 그러면 우리가 돈을 대서 잘 먹고 잘 살게 해 주겠다’는 것이다. 상대방과 대화하려는 자세가 아니다. 북쪽 사람들도 자존심이 있는데, 아니 오로지 자존심 하나로 여태 버티고 살아온 사람들인데, 이게 통할 리가 있겠는가.
자기희생 있어야, 참을 줄 알아야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평화보다 전쟁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있는 것 같다. 불행한 일이지만 현실이 그렇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마태복음 5:9). 지금 우리나라에 교활한 악마가 있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는 예수의 말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어차피 이 지상에 평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환상일 뿐이다. 차라리 전쟁을 준비하라. 힘없는 자에게는 억압을, 도전하는 자에게는 응징을, 적에게는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라. 폭력은 편리한 것이다”(최인호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참고).
황대권 선생의 말마따나, 평화는 상대방이 내 뜻대로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버릴 때 이루어진다.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자기희생도 있어야 한다.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평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둘 다 죽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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