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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예수의 법해석 정신
[전대환 칼럼] 예수의 법해석 정신
2009-11-04 (Wed) 마을지기 [2009-11-04 16:29]
전대환 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예수의 법해석 정신
전대환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구미 안디옥교회 목사)
예수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었지만, 당시에 유난히 법 해석 문제 때문에 법률가들이나 정치인들과 부딪치는 일이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 세 가지를 추려보면, 첫째는 세법(稅法) 논쟁이었다. 귀족들이 예수에게 물었다.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습니까, 옳지 않습니까?”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제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이것은 민감한 문제였다. 어느 쪽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예수는 제국주의의 앞잡이가 되거나 반체제 인사가 되어야 할 처지였다. 그때 예수는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명언을 남겼다. 당시 로마 화폐에 황제의 초상이 그려져 있는 것을 활용하여 멋지게 흑백논리의 올가미를 벗어난 것이다.
두 번째는 근로기준법 논쟁이었다. 법률에 보면 공휴일(안식일)에는 사업주는 당연히 쉬어야 하고, 노동자뿐만 아니라 가축들과 논밭까지 쉬도록 되어 있는데 왜 법을 어기고 휴일에 일을 하느냐고 법률가들이 예수를 공격했다. 예수와 제자들이 휴일에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고(의료행위), 밀 이삭을 잘라 먹는(추수행위) 등 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예수는 말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이 아니다.” 사람을 위하여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것이지, 법을 위하여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세 번째 논쟁의 주제는 사형제 폐지 문제였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이 간음을 하다가 잡힌 여자를 예수에게 끌고 왔다. 법률에는 그런 여자들을 돌로 쳐 죽여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어떻게 답을 할 거냐는 도전이었다. 그러나 이때도 예수는 가슴을 뜨끔하게 하는 한 마디 말로써 거기 있던 사람들이 스스로 물러나도록 만들었다. “너희 가운데서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이 말 속에는, 부자가 들키지 않고 나쁜 짓을 하는 것은 괜찮고, 가난한 사람이 목구멍에 풀칠하려고 현행법을 어기는 것은 중형에 처해야 하는가 하는 지적이 숨어 있다.
예수는 이 세 가지 경우에서 모두 주문대로 답변하지 않고 엉뚱한 답을 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대답에는 예수의 의중이 분명히 들어 있다. 세금 논쟁에서 예수는 막강한 로마제국의 권력 앞에서 일반 백성들이 납세거부운동을 하면 힘없는 백성들만 피해를 입을 게 아니냐는 속뜻을 드러낸 것이다. 근로기준법 논쟁에서는 ‘안식일에 일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노동자의 편에 서서 법을 해석해주었다. 사형제 폐지 논쟁에서도 예수는 법을 문자로만 해석하면 법 적용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교훈을 주었다.
그렇다고 예수가 법을 가볍게 여긴 것은 결코 아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자들의 말을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아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왔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은 일점 일획도 없어지지 않고, 다 이루어질 것이다”(마태복음서 5:17-18). 법의 토씨 하나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에 대한 예수의 기본 생각이었다.
문제는 ‘해석’이다. 법은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파장이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바울은 “우리는 문자에 얽매인 낡은 정신으로 하나님을 섬기지 않고, 성령이 주시는 새 정신으로 하나님을 섬깁니다”라고 했다(로마서 7:6). 예수는 철저하게 ‘약자 편’에서 법을 해석해야 한다는 ‘새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며칠 전 헌법재판소에서 내린 법 해석이 논란거리다. 이에 대해 민간에서 온갖 풍자가 난무한다. ‘도둑질은 위법이지만 장물은 도둑 소유다.’ ‘혼인신고는 여자 몰래 일방적으로 했지만 혼인은 인정된다.’ ‘선거법은 위반했지만 서울시 교육감 직은 유지돼야 한다.’ ‘음주운전은 했지만 사고 안 나고 목적지까지 왔으므로 무죄다.’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재판관들은 ‘양자택일이 아닌 절묘한 결정을 내렸다’고 자평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먼 훗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아무래도 의문스럽다. 적어도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이 ‘약자를 위한 법 해석’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기득권층을 옹호한 이스라엘 법률가들의 주장보다, 약자의 편에 선 예수의 법 해석 정신이 오늘날까지 훨씬 더 존중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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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4 (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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