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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 ‘민생’과 ‘민심’
[신문로] ‘민생’과 ‘민심’
2009-07-29 (Wed) 마을지기 [2009-07-29 15:40]
전대환 내일신문
2009-07-29 오후 12:45:44 게재
‘민생’과 ‘민심’
전대환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구미 안디옥교회 목사)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주 충북의 어느 고등학교를 방문해서 학생들에게 “서민들을 돕는 것이 내 삶의 가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내용이 기사화됐고, 인터넷 포털의 뉴스사이트에도 올라왔다. 기사 작성 이후 채 몇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여기에 달린 댓글은 무려 1만 개가 넘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숭고한 삶의 가치에 대한 칭찬은 거의 없고, 비난 일색이었다는 것이다.
‘변강쇠의 삶의 가치는 금욕’ ‘뺑덕어멈의 삶의 가치는 심 봉사 눈 뜨게 하는 것’ ‘놀부의 삶의 가치는 흥부를 돕는 것’ ‘뱀의 삶의 가치는 개구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 ‘니체의 삶의 가치는 신을 잘 숭배하는 것….’ 이 가운데서 ‘이완용의 삶의 가치는 조선의 자주독립’이라는 댓글에 이르러서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대통령의 발언이 이렇게 무참히 비판받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차라리 대통령이나 정부의 정책에 대한 기사에서 이렇게 비판적인 댓글이 많았다면 크게 신경이 안 쓰일 수도 있겠는데, ‘대통령은 거짓말쟁이’라는 외침이 이렇게 높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대통령이 다녀간 후, 그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은 아예 문을 닫아버리고 말았다. 끊임없이 쓴소리가 쏟아지니 학교에서도 다른 대책을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댓글 1만여개, 비난 일색
관련 부서에서는 인터넷 실명제를 강화해야겠다는 의지를 더 굳힐지도 모르겠다. ‘철없는’ 네티즌들이 함부로 경거망동하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겠다. 아니면 무대책이 상대책이라고, 아예 국민들의 반응에 귀를 닫아버리는 것도 한 방법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인터넷의 소리도 민심임에는 틀림이 없다.
실제로 국민의 소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만 고집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미디어 법을 강행처리한 것, 언론 노조위원장을 식구들이 보는 앞에서 잡아간 것, 공직 후보자의 부적절한 처신을 공개했다고 관세청 직원을 중징계하기로 한 것 등등 셀 수도 없다. 쌍용차 노조원 가족들이 집권여당 당사를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당대표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오로지 민생’이라고 외치던 여당대표는 애써 그들의 절규를 못 들은 척 슬그머니 당사를 빠져나갔다.
연주자들이 흔히 드는 격언이 있다. “하루 연습을 쉬면 본인이 알고, 이틀을 쉬면 선생님이 알고, 사흘을 쉬면 관객이 안다.” 어느 정도 게으름을 피워도 즉시 들통 나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표시가 나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국민의 소리를 무시하고도 얼마 동안은 버틸 수 있는 것이 정치다. 거짓말로 다른 거짓말을 뭉개면서도 당분간은 정권을 유지할 수도 있다. 무슨 문제가 있다고 해서 금방 폭동이 일어나거나 나라가 뒤집히지는 않을 정도로 우리 국민은 성숙돼 있다.
“냄새는 어쩔 것인가”
그러나 국민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다. 일부 국민의 경우 인내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다. 물론 그런 현상도 공권력을 앞세워 일정 기간 틀어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권의 부도덕성과 거짓말을 영원히 가려주지는 않는다.
한 아가씨가 택시를 탔는데, 어떤 할머니와 합승을 하게 됐다. 마침 속이 안 좋았던 아가씨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손으로 창문의 유리를 뽀드득 밀면서 그 소리와 동시에 절묘하게 가스를 내보냈다. 한참 있던 할머니가 아가씨에게 귀엣말을 했다. “이봐, 소리는 그렇다고 치고 이 냄새는 어쩔 겨?” 말에도 냄새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포장을 잘 해도 거짓말은 곧 드러나게 되어 있다. 나라에 진동하고 있는 이 고약한 냄새는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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