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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걱정되는 MB식 밀어붙이기
[전대환 칼럼] 걱정되는 MB식 밀어붙이기
2009-12-10 (Thu) 마을지기 [2010-01-13 23:40]
전대환 내일신문
걱정되는 MB식 밀어붙이기
전대환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구미 안디옥교회 목사)
지난주 수요일,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 낙동강 유역 착공식에 참석하던 날, 행사장인 대구광역시 약산온천 입구에서는 차량들이 양쪽으로 나뉘어 들어가고 있었다. 네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착공식 행사장이고 왼쪽으로 가면 4대강 사업 반대 집회 장소였다. 착공식장으로 가는 차량들은 대부분 버스들로, 경찰들의 호위 속에 질서 있게 들어가고 있었는데, 버스가 떼를 지어 들어간다는 것은 사람을 동원했다는 뜻일 터다. 왼쪽 반대 집회 장소로 가는 차량들은 대부분 승용차나 승합차들로, 거기에는 경북 대구 경남 부산에서 오는 사람들이 삼상오오 나누어 타고 있었다. 먹고 살기도 바쁜 가운데서 자기 돈 들여서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대통령이 참석을 하는 행사여서 그런지 이날 착공식에는 수천명이 모였다고 들었다. 길 건너 쪽 반대 집회 참석자는 수백명이 불과했다. 어림잡아 10대 1 정도 되었을까. 그날 저녁과 다음날 오전 언론들의 보도 비중도 딱 그 비율 정도인 것 같았다. 그런 모습을 보고 대통령과 정부는 ‘그것 봐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그 셈법이 맞을까. 양쪽 집회 장소에 있던 한 주민의 셈법은 달랐다. 양쪽 행사장에 거의 같은 수로 경찰병력이 출동해 있었는데, 그 수가 못 돼도 수천명은 되었을 것이고, 그들 가운에서 적어도 70%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니까 양쪽에 모인 사람들에다가 경찰들까지 청중으로 계산하면 4대 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찬성하는 사람들의 수는 거의 비슷하지 않겠느냐는 재미있는 추론이었다.
이제 와서 그의 주장을 입증할 길은 없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 대화한다며 텔레비전에 혼자 여러 시간 출연하고, 직접 착공식에도 참석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가운데서도 지난 7일 내일신문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여론이 여전이 높다. 다른 셈법을 주장하는 그 주민의 말이 전혀 근거 없지는 않다는 방증이다.
또 하나의 ‘이명박식 밀어붙이기’로 거론되는 세종시 문제는 어떤지 살펴보자.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는 엊그제 9부 2처 2청의 정부 부처 이전을 백지화하는 내용의 세종시 수정안을 보고 받았다. 조원동 세종시 기획단장은 이날 “부처 이전 백지화가 최종 정부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날 보고된 수정안에 따르면 부처 이전을 백지화하는 대신 기업과 연구소, 대학 등을 유치하겠다는 것인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애초 세종시 이야기가 나온 배경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 수도를 이전하자는 것이 아니었던가.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수도이전은 무산되었지만, 법률을 만들어 그에 준하는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 당시 여당과 야당의 합의였다. 그런 것을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하고 그 대신에 다른 방식으로 민심을 달래자는 생각인 것 같은데, 세종시를 구미시와 같은 생산형 자족도시로 만들자는 말에는 구미 시민들이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다.
도대체 구미공단 사정을 알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구미공단의 큰 기둥이었던 LG 계열사 직원들이 올해만 수천명 수도권으로 올라갔다. 최근에는 삼성 연구원들이 백명 정도 수원으로 갔다. 연구원 백 명 정도야 별 문제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많은 시민들은 이것을, 머지않아 생산라인도 상당부분 옮겨갈 징조로 받아들인다. 구미세관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작년에 비해서 올 가을 구미 인근지역 수출액이 20% 가까이 줄었단다. 수출로 먹고 사는 지역에서 수출이 2%만 줄어도 엄청난 타격인데, 그만큼씩 줄어나가면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도저히 배겨날 재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세종시 기업 유치정책을 편다면 구미를 비롯한 다른 산업도시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한나라당 일색인 구미시 의회가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을까.
정부 부처이전 백지화가 전제된 세종시 수정안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혼란케 하고, 4대강 사업 강행은 삼라만상의 주인인 하늘을 혼란케 한다. 세종시는 원안대로 추진하고, 4대강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운하의 전 단계’가 될 수도 있다고 실토했으니 중단하는 것이 옳다. “하나님, 제발 이명박 장로님 좀 말려주세요!”라고 기도하는 어린아이의 입술이 정말 애처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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