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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 "노무현 바보!"
[신문로] "노무현 바보!"
2009-05-27 (Wed) 마을지기 [2009-05-27 03:10]
전대환 내일신문
“노무현 바보!”
전대환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구미안디옥교회 목사)
그에게는 아호(雅號)가 없다. 큰 어른의 함자를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이 우리네 미덕인데, 이미 고인이 된 분을 지칭할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백범 김구’ ‘도산 안창호’ ‘충무공 이순신’ 하는 식으로 ‘노무현’ 앞에다 ‘무엇무엇’ 하고 두어 글자를 붙여야 격이 좀 있을 것 같은데 암만 생각해봐도 마땅치가 않다. 아니다. 하나 있기는 하다. 몇 년 전 어느 당의 대변인인 이 아무개 의원이 그의 아호를 하나 지어준 것이 생각난다. 그는 현직 대통령인 노무현을 ‘독오(獨傲) 선생’이라고 불렀다. 독선과 오만이 가득 차 있다는 뜻으로 그렇게 독설을 던졌을 터이다.
그러나 세간에서는 노무현을 부를 때 흔히 ‘바보 노무현’이라고 부른다. 언젠가 어느 자리에서 어떤 사람이 우리나라의 한 높은 양반을 가리켜서 ‘미친 놈’이라고 얼굴을 붉히니까, 옆에 있던 사람이 충고하던 일이 생각난다. 안 미친놈 보고 미친놈이라고 하는 것은 괜찮지만 정말 미친놈 보고 미친놈이라고 하는 것은 명예훼손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그때는 그냥 웃고 말았지만, ‘바보 노무현’이라고 불러놓고 보니, 그게 며칠 전까지는 괜찮았지만 지금은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진짜 바보였다는 것이 증명이 되었으니까.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났다”고 했는데, 이승과 저승을 구별도 못하고,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며 자기 몸을 던져버렸으니 어찌 바보가 아닌가. 성경에도 있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희망이 있다. 비록 개라고 하더라도, 살아 있으면 죽은 사자보다 낫다”(전도서 9:4). 그렇게 목숨을 끊으면 사자가 될 줄 알았던가. 그렇게 감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쏟아놓고 있는데, 그걸 보고 후련함이라도 느낄 심장이 지금 뛰고 있는가, 이 말이다.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는 사람이다.
성경에 또 이런 말이 있다. “여러분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시련을 겪는 것을 하나님은 허락하지 않으십니다”(고린도전서 10:13). 노무현의 인생 여정이 쉬웠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직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탄핵이라는 초강력 핵폭탄까지 맞고도 웃으며 다시 돌아오지 않았던가. 살아 있는 권력은 놓아두고 죽은 권력을 향해 쥐 몰이를 하는 검찰이 그렇게 보기 싫었던가. 증거도 없는 사건을 두고 검찰 말만 받아쓰는 일부 언론들이 그렇게 역겨웠던가. 그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 게 다, 힘이 있으니까 당하는 일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던가. 어중이떠중이 할 것 없이 노무현 씹기를 국민스포츠로 삼던 세월도 견디지 않았는가. 사탄들은 시시한 사람에게는 덤비지 않는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상대가 될 만하다 싶으니까 이리저리 찔러보는 것 아닌가. 다 큰 어른이 그런 것조차 몰랐단 말인가.
가까운 친구들이 몇 사람 있다. 이 나이에도 서너 달에 한 번씩 만나 밤을 새워 이야기하고 논다. 그 가운데는 초저녁잠이 많은 친구가 하나 있어, 모이기만 하면 두어 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옆에서 혼자 잔다. 그래도 우리는 모일 때마다 그를 불러낸다. 와 봐야 잠만 자는데 왜 자꾸 불러내느냐는 그 친구의 싫지 않은 불평의 말에 우리가 늘 하는 소리는 이렇다. “자도 좋으니까 와. 잠자고 있어도 옆에 있어야 우리는 좋아. 너 없으면 안 돼.” 그 친구의 진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한번 찾아가보지는 못했지만, 봉하마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하며 눈시울을 적시는 이들을 여럿 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살아 있기만 해도 위안을 받고 희망을 가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그런 것도 모르고 혼자 가버렸으니 정말 바보다.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어떤 부인이 남편의 주검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모습이 생각난다. “이 바보야, 이 나쁜 놈아, 혼자 그렇게 가버리면 난 어떻게 하라고….” 되지도 않을 지역에서 선거에 나설 때도 진짜 바보인 줄은 몰랐다. 먼 훗날을 바라볼 줄 아는 혜안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범인(凡人)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정치실험을 감행할 때도 진짜 바보인 줄은 몰랐다. 신념이 가득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는 진짜 바보다. 그에게는, ‘바보 노무현’이라고 글자 수를 맞추어 아호처럼 불러주는 것도 오감타. 듣든지 말든지 그냥 이렇게 소리치고 싶을 뿐이다. “노무현 바보!” 정말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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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7 (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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