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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이여, 어서 오십시오!”
“사탄이여, 어서 오십시오!”
2009-05-13 (Wed) 마을지기 [2009-05-13 16:29]
전대환 내일신문
“사탄이여, 어서 오십시오!”
전대환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구미안디옥교회 목사)
지난 해 6월,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이던 추부길 씨가 했던 말이 1년 만에 새삼 떠오른다. 그는 어느 기도회에서 “사탄의 무리가 이 땅에서 판을 치지 못하게 기도해주시기를” 부탁했다. 그 자신의 해명처럼, 그 말이 촛불 시위에 나온 사람들을 일컫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말한 사람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듣는 사람들이 그렇게 받아들였으니 그 말은 제 힘을 다한 셈이다. 그때 촛불을 들었던 어떤 사람이, 졸지에 사탄이 되어보는 경험을 했다며 불평을 하기에, 나는 그에게 말했다. “감사하게 여기고, 영광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사탄은 아무나 하는 줄 압니까?”
성경에 나오는 유명한 사탄이 있다. 천하의 의인인 욥을 시험했던 사탄이다. 하나님이 사탄에게 물었다. “어디를 갔다가 오는 길이냐?” 사탄이 대답했다. “땅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오는 길입니다.” 사탄이 땅을 유람하러 다녔던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한가하고 게을러서야 어찌 A급 사탄이 되겠는가. 그는 세상을 샅샅이 살피다가 자기와 급수가 비슷한 맞수를 하나 찾았다. 바늘구멍 하나 없이 완벽한 욥이라는 의인을 찾아서 그를 상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욥과 사탄의 대결은 용호상박(龍虎相搏)이요, 양웅상쟁(兩雄相爭)이었다. 적어도 이쯤은 돼야 사탄이요, 사탄의 맞수일 터다. 촛불시위대가 어디를 봐서 주도면밀한 사탄일 수 있으며, 추부길 씨나 정부가 어떻게 감히 욥에 견주어질 수 있단 말인가.
하긴, 좀 급수가 낮은 사탄, 곧 잡귀로 취급되는 무리들도 있다. 당연히 그들의 상대도 좀 어수룩한 사람들이다. 귀신 하나가 살던 곳에서 쫓겨났다. 세상을 헤매어 봤지만 살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그 귀신은 자기보다 더 악한 딴 귀신 일곱을 데리고 와서 그 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살았다. 귀신을 쫓아냈던 사람은 처음보다 형편이 더 어렵게 되었다. 어설프게 귀신을 몰아내려고 덤비다가는 이렇게 낭패를 당한다는 교훈을 주기 위하여 예수님께서 해주신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는 ‘사탄의 무리’로부터 공격을 당하지 않기 위하여, 그리고 그들을 몰아내기 위하여 무던히도 애를 쓴다. 언론들을 통제권 아래 두려고 각종 수단을 동원하고, 미네르바를 잡아 가두고, 인터넷 실명제를 확대하고, 사이버 명예훼손죄를 들먹이고, 촛불집회를 ‘원천봉쇄’하고…. 이렇게 해서 사탄들이 자취를 감춰 준다면 좋겠지만, 요즘 사탄들이 워낙 영악해서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드라큘라는 십자가만 보여주면 사라지고, 마늘 냄새만 맡게 해도 힘을 쓰지 못하지만, 요즘 사탄들은 오랜 기간 동안의 학습효과로 실력을 연마한 상태라, 공권력의 서슬 푸름을 보여주고 최루탄 냄새를 맡게 해도, 그 정도로는 물러가지 않는다.
사탄은 허깨비일 수도 있고 실체일 수도 있다. 허깨비든 실체든 함부로 상대해서는 안 된다. 성철 스님이 재미있는 노래를 지어 부르셨다. “사탄이여! 어서 오십시오. 나는 당신을 존경하며 예배합니다. 당신은 본래로 거룩한 부처님입니다.” 사람들은 사탄을 미워하고 싫어하지만 성철 스님은 사탄을 존경한단다. 아니 부처님으로 알고 예배까지 한단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이고, 사탄 눈에는 사탄만 보인다는 진리를 여기서도 깨우치게 된다.
대야의 물을 한쪽으로 밀어낸다고 그대로 밀려나 있지는 않는다. 밀어내면 다른 물이 밀고 들어와 그 자리를 채우기 마련이다. 보기 싫은 사람 한둘만 사라져준다면 세상이 한결 편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껄끄러운 사람은 어디선가 계속 나타나게 되어 있다. 정원에 끊임없이 피는 민들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있었다.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봤지만 허사였다. 그러다가 결국 해결했다. 그것은 그 사람이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사탄을 몰아내려고 하는 사람은 한평생 사탄과 싸워야 한다. 그러나 성철스님 말마따나 사탄을 부처님처럼 대할 수 있다면 문제 자체가 사라진다. 이명박 정부가 부자들이나 대기업과만 ‘프렌들리’하지 말고, 사탄들과도 좀 가까워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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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3 (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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