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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빵꾸똥꾸’를 허(許)하라!
[전대환 칼럼] ‘빵꾸똥꾸’를 허(許)하라!
2010-01-13 (Wed) 마을지기 [2010-01-13 23:35]
전대환 내일신문
‘빵꾸똥꾸’를 허(許)하라!
전대환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구미 안디옥교회 목사)
지난 1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한 방송사의 일일 시트콤에 자주 등장하는 ‘빵꾸똥꾸’라는 표현에 대해 시정 권고조치를 내렸지만, 여전히 ‘빵꾸똥꾸’를 외치며 오물거리는 해리의 귀여운 입을 볼 수 있어서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극중 해리를 보고 이 말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목사 보고 설교하지 말고 다른 일만 하라는 것과 같고 교육부장관에게 교육문제에는 관여하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다른 어린이 시청자들이 모방할 가능성이 있어 올바른 가치관과 행동양식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미 이 말은 대다수 국민들의 유행어가 돼버렸다. 물론 이 말이 점잖은 표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폭력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도 없다. 욕설로 분류하기도 시원치 않다.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일뿐더러, 약간 거칠기는 하지만 일상 언어일 뿐이다. 이보다 심한 표현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얼마든지 들을 수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표현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것을 단순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상업무로 받아들이기는 조금 껄끄럽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 때 대중 예술인들에게 남발됐던 ‘금지’ 족쇄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일부 집권세력이 과거의 일사불란하던 관치 시스템을 그리워하고 곳곳에서 그런 조치를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하더라도 시대가 거꾸로 갈 가능성은 없겠지만, 21세기가 시작된 지 10년이 된 이 마당에 19세기의 사고를 가진 분들이 우리 사회의 이른바 ‘지도층’에 포진해 있다는 것이 서글플 따름이다. 젊은이들이 자유분방한 환경에서 산뜻한 아이디어를 마음껏 내놓을 수 있도록 지원은 못할망정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아 발목을 묶어두려 하니, 자원 없이 오로지 아이디어로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로서는 국가경쟁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경제성장이 안 된다고 과거 권위주의 정권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가끔 볼 수 있다. 박정희 정권 때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9% 안팎이었으니 경제규모가 쑥쑥 커가는 것을 온 국민이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전국의 땅값은 연평균 33%나 올라, 100배가 넘게 뛰어버렸으니, 집 없는 서민의 처지에서 보면 하나마나 한 경제성장이었다. 아니, 오히려 집 사기는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어쨌든 성장률이 높았던 것은 인정하자. 그러나 그런 현상은 박정희 시절 뿐 아니라, 전두환 노태우 시절이 그랬고, 일본이 그랬고, 히틀러와 무솔리니도 그랬고 김일성도 그랬다. 국가가 경제를 통제하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초창기에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지만 20~30년이 지나면 경제의 동력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관치경제의 한계인 셈이다.
관 주도로 도시를 세우는 것도 그렇다. 세종시 수정안의 모델로 입에 오르내리는 구미시가 1978년에 시로 승격되었으니 30년이 조금 지났다. 박정희 시절, 인위적으로 공업단지를 만들어 기업들을 유치하여 20~30년 동안은 도시에 활기가 넘쳤다. 그러나 지금은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기업 대표와 간부들이 시장을 찾아와 협조를 부탁했지만, 이제는 시장이 기업을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민주사회니까 그런 현상이야 당연하다고 하더라도, 관치의 힘이 사라지는 순간 도시 전체가 사상누각이 될 위험이 크다는 게 문제다.
엊그제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을 공식 발표했다. 발표문을 요약하면 관치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물론 세종시 원안도 관치도시 건설이었다. 그러나 원안과 수정안 사이에는 ‘관치’의 성격에서 큰 차이가 있다. 원안은 관청을 옮기는 것을 관치로 하겠다는 것이고, 수정안은 기업을 유치하는 것을 관치로 하겠다는 것이다. 관청을 옮기는 것은 관 고유의 임무다. 그러므로 그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기업을 옮기는 것은 기업의 일이지 관의 일이 아니다.
과거 권위주의적 관치시절에는 집권자의 말 한 마디로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이제는 상응하는 혜택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려니까 무리수를 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고, 정부에서 아무리 홍보에 열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한정된 떡을 기존 지역들이 ‘떼어주기’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계산이다.
아이디어와 자유의 상징인 ‘빵꾸똥꾸’는 허용하고 관치경제의 상징인 세종시 수정안은 포기하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입에 달고 다니는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길인데, 이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으니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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