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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하면 된다?” “되면 한다?”
[전대환 칼럼] “하면 된다?” “되면 한다?”
2009-09-18 (Fri) 마을지기 [2009-09-27 00:50]
전대환 내일신문
“하면 된다?” “되면 한다?”
전대환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구미 안디옥교회 목사)
예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누구든지 이 산더러 ‘번쩍 들려서 바다에 빠져라’ 하고 말하고, 마음에 의심하지 않고 말한 대로 될 것을 믿으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마가복음서 11:23).”
이 말을 믿고 어떤 사람이 정성을 다하여 기도했다. “하나님, 저 금오산을 번쩍 들어서 동해바다에 빠지게 해주세요!” 창문으로 내다보니 산은 그대로 있었다. ‘내 믿음이 좀 부족한 모양이구나!’ 생각한 그는 더 집중해서 기도했다. 밤새도록 힘을 다해 기도했지만 산은 역시 그대로 있었다. 그래서 하나님께 따졌다. “아니, 하나님! 분명히 주님께서 약속하셨는데, 어째서 제 기도가 안 이루어지는 겁니까?” 드디어 하늘의 음성이 들려왔다. “야, 그 산을 동해바다에 빠뜨려서 뭐 할 건데?”
일을 추진하는 데 신념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생각하는 대로 일이 흘러가고, 말하는 대로 일이 이루어지는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박정희 정권 시절 각 학교에는 “하면 된다!”라는 문구가 수없이 붙어 있었다. 조회 시간에 그 문구를 ‘복창’하기도 했다. 60~70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하면 된다!”를 외칠 때 말을 바꾸어서 “되면 한다!”라고 소리치던 친구가 있었다.
이 대통령 지지율 더 올리려면
그 친구가 어떤 소신을 가지고 그랬는지, 아니면 단순한 장난기의 발동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것은 대단히 중요한 발상이다. “하면 된다!” 암시에 빠진 사람은 앞일을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해놓고 보자는 식으로 일을 추진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때 보완하고 수습한다. 그러나 “되면 한다!”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철저하게 계획을 세운다.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최대한 상정하고,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제야 일을 추진한다.
지난 시절 “하면 된다!” “잘 살아보세!” 등의 구호를 앞세워서 일은 많이 했다. 그러나 그 결과로 드러난 문제점도 만만치 않았다. 성수대교 붕괴, 유람선 화재, 육교 붕괴 사고가 연이어 터지더니, 다음해에는 백화점이 무너져서 700여 명의 사상자와 실종자를 냈다. 대형사고 전시회라도 하듯 우리는 참 별난 사고를 다 겪었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까지 한번도 현명함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은 아닐 것이다. 나라가 안정적으로 발전하려면 대통령 지지도가 일정 수준은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여기서 조금 더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 길은 이른바 ‘4대강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다.
백보 양보해서, 공직 후보자들의 불법행위를 눈감아줄 수도 있다.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 책임자들을 코드가 맞는 새 사람으로 바꿔치기하는 것도 참아줄 수 있다. 무고한 사람들을 수사하고 법정에 세우는 것도 견딜 수 있다. 이런 일들은 머지않아 잘잘못이 가려질 테니까.
4대강 환경평가 졸속추진 안돼
그러나 자연은 한번 파괴되면 돌이킬 수가 없다. 사과해서 될 일도 아니다. 4대 강 공청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지만,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앞이 캄캄해진다. 4대강 거의 전 구간을 파헤치는 대공사임에도 불구하고 환경영향평가나 공청회도 졸속으로 하고 홍보만 요란하다.
이 사업은 “하면 된다!”를 외치며 밀어붙일 시급한 일이 아니다.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해서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신념으로 밀어붙여서 산을 바다에 빠뜨리는 ‘기적’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다. 부의 편중과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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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8 (F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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