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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감동할 때까지
국민이 감동할 때까지
2009-03-11 (Wed) 마을지기 [2009-03-13 11:54]
전대환 내일신문
국민이 감동할 때까지
전대환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구미안디옥교회 목사)
경제 대통령, 최고경영자(CEO) 대통령을 자처하던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1년을 넘어섰다. 그동안 대통령은 정부 조직을 잘 경영해서 고객인 국민을 감동시켰는가? 유감스럽게도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여당과 정부의 정책과 그 정책의 추진과정에 대해서 국민의 삼분의 이 가량은 ‘이건 아닌데…’ 하는 아쉬움을 표출하고 있다. 이런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명박 정부가 이제 겨우 출범 1년 정도를 넘겼다는 것이고, 그것은 앞으로 기회는 있다는 뜻이다. 지금부터라도 잘만 하면 국민을 감동시키는 정부가 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 크게 보면 세 가지다. 설득력 있는 ‘말’을 함으로써, 국민의 하소연과 신음소리를 들어줌으로써, 그리고 국민을 섬기는 행동을 보여 줌으로써 감동을 줄 수 있다.
첫째, 이명박 정부는 말로써 국민을 감동시킨 적이 있는가. 그런 기억이 없다. 말로써 상대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말의 신뢰성이 담보되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 기회만 있으면 서민생활 안정을 외치고 있지만,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 ‘부자 감세’ 같은 결과밖에 없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현 위기에 대한 솔직한 고백도 없고, 뚜렷한 청사진도 없다. 겨우 나오는 소리는 ‘세계적 위기’니, ‘미국 발 경제침체’니 하는 핑계뿐이다. 성적순이 아니라 창의력과 발전 가능성으로 대학에 들어가게 하겠다고 말을 하지만, 지금 교육정책이 가고 있는 방향은 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쪽이다.
둘째,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였는가. 안타깝게도 현 정부는 국민의 소리에 귀를 열고자 하는 의지는 고사하고, 오히려 귀를 막으려는 궁리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인터넷 실명제를 전면 실시하고, 사이버 모욕죄를 도입하려는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언론을 통제하기 위해 그 옛날 군부독재시대에나 있었던 ‘보도지침’을 하달하려는 데까지 군침을 흘리고 있다. 아기가 울 때, 우는 원인을 찾을 생각은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아이의 입을 틀어막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면 그는 아이를 돌볼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셋째,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감동시키는 행동을 한 적이 있는가. 역시 대답은 궁하다. 용산에서 비참한 일이 일어났지만, 그 누구도 엎드려 사죄하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았다. 억지 논리를 끌어들여 아우성소리를 멈추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오산이다. 백보 양보해서, 정부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몽둥이 앞에서는 감동이란 없는 법이다. 최근에는 경찰과 검찰에다가 ‘지엄한’ 사법부까지 대통령의 구미에 맞게 행동하려 하는 모습이 솔솔 드러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어느 구석에서 감동을 찾을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나 정부가, 행동과 일치하는 말을 할 때 국민은 감동을 받는다. 국민의 아우성을 진지하게 들어주기만 해도 문제는 반 이상 저절로 풀린다. 당연히 감동도 따라온다. 거기에다가 진정으로 서비스하는 정부의 모습까지 보게 된다면, 현 상황이 아무리 힘겹고 어렵더라도 국민은 안정감을 얻는다. 이렇게 감동을 얻는 국민이 삼분의 일, 덤덤하게 지켜보는 국민이 삼분의 일 정도만 된다면, 적극적 반대자 삼분의 일 정도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나라는 평온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래도 믿어보자며 안타까워하는 국민이 삼분의 일, 될 대로 되어라, 포기한 국민이 삼분의 일, 그래도 어떻게 고쳐보려고 몸부림치며 반대 목소리를 내는 국민이 삼분의 일쯤 되는 것 같다. 어디서도 감동은 찾아볼 수 없다. 앞으로 남은 4년 동안 이명박 정부는, 무언가를 억지로 이루어 스스로 감동하려 하지 말고, 국민을 감동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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