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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法治)와 덕치(德治)
법치(法治)와 덕치(德治)
2009-02-11 (Wed) 마을지기 [2009-02-11 01:18]
전대환 내일신문
법치(法治)와 덕치(德治)
전대환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구미안디옥교회 목사)
평소에 즐겨 찾는 공원이 있다. 공원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워 놓고 걸어서 산책로를 따라 한 시간 정도 걷기에 제격인 코스다. 얼마 전까지는 주차장에서 산책로로 들어서는 지름길이 있었다. 물론 공원에서 낸 길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자연스럽게 생긴 길이다. 그런데 어느 날, 공원 관리소에서 도랑을 파고 나무를 빼곡하게 심어 그 길을 막아버렸다. 지금은 사람들이, 차들이 드나드는 주차장 입구를 통하여 아스팔트길을 따라 돌아다녀야 한다. 어설프지만, 공원 관리소의 조치를 ‘법치’(法治)라고 불러 보자.
유명한 건축가가 중간 중간에 녹색을 배치한 아름다운 건물들을 지었다. 공사가 끝났을 때, 건물 사이 어디에 보행로를 만들면 좋을지, 조경사가 건축가에게 물었다. 건축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니 우선 건물 사이에 잔디만 심으라고 했다. 건물에 입주한 사람들은 잔디밭을 가로질러 건물 사이를 오갔다. 얼마 후 사람들이 오간 자리에 길이 났다. 건축가는 그 보행로를 포장했고, 그 길은 편리하고 아름다운 길이 되었다. 무식한 표현인지 모르지만, 건축가의 조치를 ‘덕치’(德治)라고 불러 보자.
‘덕’(德)에 대해서는 도덕경 49장에 잘 설명되어 있다. “선한 사람을 나는 선하다 할 것이며 선하지 못한 자도 나는 역시 선하다 할 것이니 이것이 곧 덕스러운 선이다. 믿음직한 사람을 나는 믿을 것이며 믿음직하지 않은 사람도 나는 역시 믿을 것이니 이것이 곧 덕스러운 믿음이다.”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누이시고, 예쁘게 생긴 자식이나 밉게 생긴 자식이나 똑 같이 귀여워하며 젖을 물리는 어머니의 마음이 ‘덕’이다. 선한 사람에게나 악한 사람에게나 햇빛과 비를 고루고루 내려주시는 신의 마음이 ‘덕’이다. 그러니까 덕이란 사랑과 인내와 관용의 조화인 셈이다.
집안에서 형제가 싸우고 있었다. 아우가 힘으로는 밀리니까 나무 막대기를 들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이 꼴을 보고, 얼른 싸움에 개입해서 작은 아이에게서 막대기를 빼앗고, 뺨을 후려치며 집에서 내쫓았다. 아이는 추운 데서 떨며 겁에 질려 있었다. 아버지는 아우에게, “폭력은 나쁜 거야. 네가 테러리스트냐?” 하며 호통을 쳤다. 그리고는 큰아이에게 ‘폭력근절’이라는 문구를 써서 집안 곳곳에 붙이게 했다. 큰 아이는 의기양양 미소를 짓고 있었고, 작은 아이는 밖에서 이를 갈고 있었다.
또 다른 집안에서 형제가 싸우고 있었다. 역시 아우가 힘으로 못 당하고 궁지로 몰리자, 아버지가 아끼는 값비싼 도자기를 들어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어머니가 얼른 달려와서 그 꼴을 보고 물었다. “누구 다친 데는 없니?” 그러면서 얼른 두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가서 두 아이를 껴안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얘들아, 미안하다. 내가 너희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모자랐구나. 좀 더 관심을 가졌어야 했는데….” 그러면서 두 아이와 대화를 시작했다. 어머니는 두 아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었고, 속에 있는 이야기까지 다 내놓는 동안, 아이들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스스로 깨닫기 시작했다.
어떤 분쟁에서든 양쪽에서 또는 어느 한 쪽에서 ‘법대로!’를 외쳐서 원만하게 해결되는 일을 보지 못했다. ‘법치’(法治)란 본디 절대군주의 횡포를 막기 위해 시민사회가 피 값을 치르고 얻어낸 소중한 유산이 아닌가.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권력을 쥔 쪽에서 자기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일을 끌고 가기 위해 써먹는 ‘구실’이 되어버렸다. 어느 법률가는 “법치는 준법질서가 아니라 국민을 받드는 덕치(德治)”라고 했다. 법과 원칙과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고 하는 말은, 얼핏 들으면 틀린 말 같아 보이지 않지만, 그 내면의 뜻으로는, 덕이 없는 강압정치를 하겠다는 표시, 곧 국민을 향한 선전포고로 들린다. 진정한 법치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인내와 관용을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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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1 (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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