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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 김대중, 토머스 모어, 예수
[신문로] 김대중, 토머스 모어, 예수
2009-08-26 (Wed) 마을지기 [2009-08-27 00:01]
전대환 내일신문
김대중, 토마스 모어, 예수
전대환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구미 안디옥교회 목사)
8월 13일 병상에서 진행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환 36주년 기념미사는 그의 임종을 준비하는 미사가 돼버렸다. 그는 1957년 여름 명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세례명은 ‘토머스 모어’였다. 토머스 모어는 독서광이었으며 이름난 명문가(名文家)였다. 그는 경건한 그리스도교인이었지만, 에라스무스와 가깝게 지내는 등 일찍부터 시대정신 개혁에 관심이 많았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자면 ‘좌파’에 가까운 사상가였다. 그는 헨리 8세의 신임을 얻어 대법관에까지 올랐으나, 왕과의 의견충돌로 옥살이를 하다가 단두대에서 삶을 마감했다. 그가 죽은 뒤 400년째 되던 해에 로마 교황은 그를 ‘성인’의 반열에 올렸다.
토머스 모어가 꿈꿨던 ‘유토피아’는 장애인이 차별 받지 않는 나라, 자연스러움이 가장 큰 아름다움으로 여겨지는 나라, 종교의 다양성이 인정되는 나라, 인간성이 보장되는 나라, 모든 사람이 열심히 일해서 고르게 먹고 사는 나라다.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정치적 양극화와 경제적 양극화를 넘어서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이 말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 영국의 토머스 모어는 그 비전을 제시했고, 김대중 토머스 모어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몸을 바쳤다.
양극화 없는 행복한 나라
양극화 없이 모든 시민이 열심히 일해서 행복하게 먹고 사는 나라를 만드는 꿈, 이 꿈의 원조는 예수다. 다음은 예수 이야기다(마태복음서 20:1-16). 어떤 포도원 주인이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서 일꾼들을 불러왔다. 9시쯤에 나가 보니 일거리 없는 사람들이 장터에 서 있기에, 그들도 불러서 일을 하게 했다. 다시 12시, 오후 3시, 오후 5시쯤에도 나가서 일꾼들을 불렀다. 저녁때 포도원 주인은 오후 5시에 온 일꾼들부터 시작해서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한 사람들 모두에게 똑같이 하루 일당을 다 주었다. 먼저 와서 일을 시작한 사람들이 불평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주인은 ‘그것이 내 뜻’이라며 일축했다.
포도원 주인은 3가지를 실천했다. 첫째는 ‘완전고용’이다. 주인은 거의 매 시간마다 장터에 나가 놀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고용을 시킨다. 이것은 실업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둘째는 ‘표준임금’이다. 성경에는, 주인이 노동자들에게 ‘한 데나리온씩’ 주었다고 했는데, 이 돈은 성인 노동자의 하루 표준 품삯이다. 늦게 와서 일했다고 반 데나리온만 주면 그 노동자와 식구들은 반은 굶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준 것이다. 셋째는 ‘평생직장’이다. 포도원 주인은 일꾼들을 고용하기 위해 거의 매시간 장터에 나갔지만, 저녁이 될 때까지 한 사람도 해고하지는 않았다. 제 발로 나간 사람도 없다. ‘해고는 곧 죽음’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아침 9시에 출근한 사람과 퇴근 1시간 전부터 일을 시작한 사람이 똑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가, 불공평하지 않은가”하는 이의제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박지성 선수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뛸 때, 처음부터 풀타임 출장을 하는 것을 좋아할까, 아니면 경기종료 10분 전에 교체 투입되는 것을 좋아할까?
완전고용, 표준임금, 평생직장
예수가 꿈꾸던 나라는 적게 일하고 많이 받아가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는 나라가 아니라, 일하는 기쁨을 모든 사람들이 누리는 나라다. 이 정신이 토머스 모어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꿈이 아니었던가.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일하는 ‘완전고용’제, 돈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해서 돈을 버는 ‘표준임금’제,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해고의 불안 없이 힘써 일하는 ‘평생직장’제를 이루어내는 것이 고인과 성현들의 뜻을 따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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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6 (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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