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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와 열정만 있다면 "OK"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다면 "OK"
2000-03-27 (Mon) 전대환 [2004-09-27 17:52]
전대환 한국일보
약 4년 전 정월 초하루, 경북 구미에 사는 이전홍씨(36)가 장애인이 된 날이다. 망년회를 마치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가던 중 음주 차량에 치어 하반신을 못 쓰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절망에만 빠져 있지 않았다. 컴퓨터가 그의 인생의 새 길을 열어준 것이다.
휠체어에 의존하지 않는 한 바깥출입을 할 수 없게 된 그는 집밖의 세상과 접하기 위해, 속도는 느리지만 정액제로 사용할 수 있었던 CO-LAN을 통하여 밤낮없이 PC통신에 매달렸다. 통신을 많이 한다는 사람에게는 그의 이름이 생소하지 않을 정도로 국내 각 PC통신망을 종횡무진 누볐다.
운이 좋은 탓일까 아니면 그의 열성에 하늘이 감동한 것일까. 그는 PC통신을 하다가 만난 서울의 S여전 1학년 여학생과 사랑에 빠져서 결혼까지 하게 되었고, 지금은 돌을 앞둔 예쁜 딸 유진이의 재롱에 세월 가는 것도 모를 지경이다.
그에게 새로운 희망이 또 하나 생겼다. 여태껏 직업이 없이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존하며 살았던 그가 이제는 어엿한 가장으로서, 경제적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인터넷에 장애인 남녀 만남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렇게 무상 서비스를 통해 신뢰를 쌓은 다음 인터넷 비즈니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처음부터 대단한 수입이 있으리라고 기대는 하지 않지만 성실하게 지속해 나가면 틀림없이 성공하리라는 확신에 차 있다.
한국 인터넷 정보센터에서 발표한 국내 인터넷 사용자수를 보면 1994년에 불과 10만 남짓하던 것이 지난 해 12월에 이미 1천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한 해만 보더라도 1999년 초에 3백만 명이던 것이 1년 사이에 3배나 증가했다. 2005년경에는 인터넷 거래가 세계 무역량의 10%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제 인터넷은 먼 나라 이야기도, 남의 이야기도 아니다.
특히 장애인, 그 중에서도 중증 장애인에게 있어서 인터넷은 운명을 바꾸어줄 수도 있는 새로운 세계이다. 우선, 구차하게 남의 도움을 빌어 휠체어를 끌고 밖에 나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니 이것이 가장 이점이다.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컴퓨터만 있으면 굳이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되며, 우리 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네 없네 하고 따질 일도 없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점은 인터넷 사업에는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으면 누구든 뛰어들어 해볼 만한 사업이 인터넷 사업이다. 게다가 장애인에게는 무료로 전자상점을 열어주는 곳도 있으니(http://mywork.or.kr) 한 번 시도해봄직하지 않은가.
사업을 하는 사람은 여건만 허락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을 상대로, 보다 긴 시간을 보다 좋은 자리에서 하고싶어 하는데, 그 모든 여건을 만족시키는 기가 막힌 장소가 인터넷이다. 인터넷에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어서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수천만 명이 컴퓨터 앞에 앉아 다양 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을 24시간 이루어가고 있다.
그러니 비장애인보다는 장애인이 더 인터넷에 관심을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시도해 볼 일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이제 더 이상 별난 사람들만 하는 것도 아니고, 결코 어려운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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