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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1999-12-17 (Fri) 전대환 [2004-09-28 00:55]
전대환 내일신문
인터넷에 떠도는 우스갯소리 중에 이런 것을 보았다. 신이 2천 년만에 휴가를 냈다. 신은 베드로를 불러서 물었다. “이번 휴가는 좀 좋은 곳으로 가고 싶은데 어디가 좋을까?” “수성이 어떠세요?” “수성은 너무 덥잖아.” “음, 그럼 목성은요?” “목성은 공중에 떠다니는 게 많아서 정신없어.” 그러자 베드로는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럼 지구는요?” 그러자 신은 펄쩍 뛰며 대꾸했다. “지구는 안 돼! 지난번에 지구에 갔다가 유태인 아가씨 한 명을 임신시켰는데, 난리가 났었지 않아? 어떻게 또 가?”
금세기의 마지막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새 천 년을 맞는 성탄절이라고 더 특별할 것이야 없겠지만,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2000이라는 숫자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의 한 평생을 70년 남짓하다고 보고 계산하면 30번 정도를 다시 태어나야 하는 기간이다. 이렇게 긴 세월 동안 인류는 이 날을 특별한 날로 여기고 지내 왔다. 사찰(寺刹) 앞에도 아기 부처님과 아기 예수님이 악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을 정도로 크리스마스는 종교를 초월한 명절로 여겨진다. 크리스마스는 ‘대단한’ 날임에 틀림없다.
예수가 처녀의 몸에서 탄생했다는 것, 동방박사들이 예물을 들고 찾아왔다는 것, 하늘의 천사들이 노래를 불렀다는 것 등등, 이런 초자연적인 일들에 대해서 기독교인이 아닌 이들은 그 사실성(事實性)을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도 있다. 그것은 예수가 찢어지게 가난한 목수의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것, 한평생 몸 하나 누일 만한 방 한 칸 소유해 본 일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뚜렷한 죄목도 없으면서 당시의 최고 극형인 십자가형을 당했다는 것 등이다.
시인 윤동주의 표현대로 이렇게 ‘불행했던 사나이’가 태어난 날에 왜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즐거운 성탄절) 하며 인사를 나누는 걸까? 기독교인들이야 물론 그를 구세주(救世主)로 믿고 고백하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 기독교인들까지도 ‘메리 크리스마스’ 하며 정성스런 선물을 건네줄 때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것은 종교적인 색채를 논하지 않더라도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아마 예수의 ‘무소유’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일지라도 예수만큼 가난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아무리 불행한 사람일지라도 예수만큼 불행하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예수지만 그가 태어난 날에 온 인류가(다는 아닐지라도) 기뻐하지 않는가? 이것은 그가 가난을 가난으로, 불행을 불행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여건들을 숭고하게 승화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나는 적어도 예수보다는 형편이 낫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크리스마스를 기뻐할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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