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글들은 대개 전대환의 저작물들입니다.
글을 사용하시려고 하는 경우 반드시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겨울을 위한 준비
겨울을 위한 준비
1999-11-05 (Fri) 전대환 [2004-09-28 00:53]
전대환 내일신문
요즈음 우리 집에는 개미들과 전쟁이 한창이다. 떼를 지어서 벽을 타고 대이동을 하는가 하면 과자 부스러기라도 떨어진 곳이면 어김없이 대부대가 달려든다. 나는 커피를 큰 컵에다 하나 가득 묽게 타 놓고 천천히 한나절씩 마시는데, 잠시만 눈을 돌리면 개미떼가 수십 마리씩 커피에 목욕을 하고 있다. 그래서 개미가 석유를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석유를 솜에 묻혀서 커피 잔 받침 옆에 두고 군데군데 찍어놓으니 개미가 접근을 하지 못했다. 매번 석유를 바르는 것도 귀찮은 일이거니와 석유 냄새도 그리 좋은 것이 아니어서, 좀더 좋은 방법이 없나 하고 인터넷을 뒤진 결과, 개미가 고무 냄새를 싫어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래서 고무 밴드를 커피 잔에 둘러 두기로 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는지...
약으로 퇴치를 하자는 식구들의 의견도 있었으나 ‘개미가 그렇게 좋아하니 얼마나 살기 좋은 집인가’ 하며 반대했다. 홍수나 지진이 나려면 개미가 제일 먼저 도망간다니 개미가 들끓는다는 것은 안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퀴벌레 구경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개미의 덕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성경에도 “게으른 사람아, 개미에게 가서, 그들이 사는 것을 살펴보고 지혜를 얻어라”고 했듯이 날마다 개미를 보면서 지혜를 얻으며 경각심을 가질 수 있으니 그것도 덕이라면 덕이다.
개미는 편애(?)를 받을 만큼 인류에게 좋은 신상을 준 곤충이었던 것 같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에서 베짱이가 아무런 죄도 없이 일방적으로 매도된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베짱이가 여름 내내 풀숲에서 울어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한가롭게 노래만 하며 즐기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떻게든 암컷들을 유혹해서 후손을 남기려는, 번식을 위한 수컷들의 처절한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개미들은 베짱이의 명예를 훼손시켜가면서까지 근면하고 부지런한 곤충으로 대접을 받았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분명히 어려운 때를 대비해 항상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그러나 동물학자들은 자연계에서 당장 먹을 것 이외의 자원을 축적하는 동물이 그리 흔하지 않다는 점에서 개미를 색다르게 평가한다. 인간을 비롯해 개미와 벌 정도가 그런 종류에 속할까. 대개 동물들은 겨울이 되기 전 알을 낳고 죽거나 철새처럼 먹이를 찾아 긴 여행을 떠나거나 긴 겨울을 곰처럼 아예 잠으로 때우는데 개미들은 먹이가 부족한 계절을 대비해 여분의 식량을 저장할 줄 아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계절의 겨울이 오고 있다. 올 겨울을 위해 우리는 얼마만큼 자원과 건강과 따뜻한 마음을 비축해 두었는지 점검해 보자. 그리고 인생의 겨울을 위해서는 무엇을 저장해 두었는지 돌이켜 보자.
저작권 ⓒ 이야기마을™, 1997~2014. 마을지기: 전대환. 모든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이 사이트의 이름 *'이야기마을'은 특허청에 등록된 서비스표입니다(제41-0179291호).
온라인 오프라인 출판 분야에서 이 사이트 외에서는 '이야기마을'이란 이름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사이트저작권]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1999-11-05 (Fri)
전대환 [2004-09-28 00:53]
[강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