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글들은 대개 전대환의 저작물들입니다.
글을 사용하시려고 하는 경우 반드시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세월이 약이겠지요
세월이 약이겠지요
1996-09-24 (Tue) 전대환 [2004-09-27 22:59]
전대환 KBS 제1라디오
지난 날, 우리는 너나없이 매우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부족한 것은 물론이요, 없는 것도 많았습니다. 얼마 전, 우리 부부가 대화를 나누던 중 우연히 연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옆에서 듣고 있다가 "아버지, 연탄이 뭔데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 때 저는 "예가 몰라서 묻는 것인가 아니면 농담을 하나..." 하다가, 가만히 생각하니까, 이 놈이 지금 아홉 살, 그러니까 지금부터 6~7년 전, 우리가 연탄을 사용하던 시절의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할 나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연탄에 대해서 잠시 설명해 주면서, 저는 '이것이 세월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불과 6~7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대부분 연탄을 때면서 살았습니다. 참 불편했지요. 겨울이면 하루에 몇 번씩 방마다 돌아다니며 연탄불을 갈면서 연탄 불 안 꺼뜨리려고 온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또 연탄 가스는 얼마나 지독했습니까? 고생스러웠던 일이 어디 연탄뿐이었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를 생각하면 마음속으로부터 미소가 솟아오릅니다. 과거이기 때문입니다.
남자들이 군대 생활 이야기를 하면서 무용담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학교 다니던 시절 이야기도 다들 재미있게 펼쳐 갑니다. 겪을 그 당시에는 전혀 여유가 없이 긴장되고 고생스럽던 시절도 지내 놓고 보면 별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재미있었다고까지 생각되는 것은, 그것이 과거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과거는 아름다운 법입니다. 세월이 약인 셈이지요.
유대인들이 쓰는 말 가운데 <티크(tiq)>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 말은 일상 생활에서는 그렇게 많이 사용되지는 않습니다만, 이들에게 있어서 매우 요긴한 낱말입니다. 무슨 주석을 달 필요가 있을 때, 끝에다가 <티크>라고 쓰면, '지금은 알 수 없으나 장차 알면 좋겠다'는 소망을 나타냅니다. 세월이 지나면 알 수 있을 날이 오리라는 희망에서 쓰는 말입니다. 그 사람들도 "세월이 약"이라는 우리 속담의 의미를 체득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 혹시 오늘 매우 기분 나쁜 일은 없습니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있지는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 일에 너무 빠지지 마십시오. 일단은 접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더 좋은 해결책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아하!' 하며 무릎을 칠 때가 있을 것입니다. 컴퓨터 사용자들은 윈도우즈95를 아실 것입니다. 거기에 보면 <휴지통>이라는 재미있는 도구가 있습니다. 어지럽게 널려 있는 아이콘들이 뭐가 뭔지 잘 모르겠을 때, 일단은 휴지통에다가 끌어넣어 버립니다. 세월이 지난 후, 만일 그것이 필요한 것이었다면 도로 꺼내 쓰면 됩니다. 인생에도 휴지통이 필요합니다. 일단 머리 아픈 일은 휴지통에 넣어버립시다. 그러면 세월이 해결해 줄 것입니다.
저작권 ⓒ 이야기마을™, 1997~2014. 마을지기: 전대환. 모든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이 사이트의 이름 *'이야기마을'은 특허청에 등록된 서비스표입니다(제41-0179291호).
온라인 오프라인 출판 분야에서 이 사이트 외에서는 '이야기마을'이란 이름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사이트저작권]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1996-09-24 (Tue)
전대환 [2004-09-27 22:59]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