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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는 사람이 다니는 길입니다
횡단보도는 사람이 다니는 길입니다
1996-08-21 (Wed) 전대환 [2004-09-28 00:37]
전대환 내일신문
누가 “자동찻길은 자동차가 다니는 길입니다”라고 하면 당연히, “저 사람이 미쳤나?” 하는 반응이 나올 것이다. 자동찻길에 자동차가 다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횡단보도>가 사람이 다니는 길임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은 어찌된 일일까?
<교통사고 없는 구미 만들기>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우리의 교통 문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나라고 해서 별스런 존재는 물론 아닐 터이지만, 그래도 교통 법규를 지키려고 노력은 하는 편인데, 최근 들어 고집스럽게 지키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사람이 건너가야 할 파란 불이 들어왔을 때, 사람이 있든 없든 횡단보도 앞에서는 반드시 정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세 가지 반응이 나타난다.
첫째 반응은 뒤에서 경음기를 울려대는 것으로서, 이런 사람들이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한다. 횡단보도에 파란 불이 들어와 있을 때 횡단보도를 지나쳐 봐야 직진이든 좌회전이든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경음기를 울려대는 것은 운전자들이 교통 법규를, 지켜도 좋고 안 지켜도 좋은 액세서리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예이다.
둘째 반응은 내 자동차가 횡단보도 앞에 정지해 있으면 뒤를 따라 오던 자동차가 옆으로 방향을 돌려 내 앞으로 슬그머니 끼여드는 경우이다. 이 사람이 내 앞을 끼여들 때에 물론 별 생각 없이 그렇게 하겠지만, ‘별 생각 없는’ 그의 머리 속에는 이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순간적으로 두 가지를 생각했음이 틀림없다. 그의 무의식 속에서 먼저 생각한 것은 “사람도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멍청하게 서 있는 저 앞 차의 운전자는 아마도 지능지수가 모자란 사람이거나, 아니면 사회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고지식한 사람일 거야”라는 판단일 것이고, 그 다음으로 반드시 생각했음직한 것은 “우리 나라 교통 법규를 만든 사람들은 모자라는 사람들이야. 그 사람들보다는 내가 훨씬 더 똑똑해. 그러니까 법보다는 내가 우선이지.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비록 파란 불이기는 하지만 내 자동차가 지나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야” 하는 것이다. 물론 직접 그 사람을 붙들고 물어보면 분명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하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서야 이런 행동이 어떻게 나오겠는가.
그래도 나의 고집스런 행동에 용기를 주는 반응은 세 번째 부류의 사람들로서, 아무 말없이 기다려 주는 사람들이다. 이들도 속으로는 짜증을 내면서 그러는 것인지, 정말 교통 질서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에서 그러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후자 쪽이리라고 믿는다.
횡단보도는 사람이 지나 다니는 길로서 사람이 우선인 구역이다. 지금 횡단보도에 사람이 지나가건 아니건 거기에 파란 불이 들어와 있는 시간은 자동차가 범해서는 안 될 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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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8-21 (Wed)
전대환 [2004-09-28 00:37]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