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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한 말[言]의 괴물
청렴한 말[言]의 괴물
1996-10-16 (Wed) 전대환 [2004-09-28 00:39]
전대환 내일신문
괴테는 1749년생, 나폴레옹은 1769년생, 그러니까 나이 차이가 스무 살 쯤 난다. 나폴레옹이 원정군을 이끌고 독일의 바이마르 공국에 진입했을 때, 두 사람이 진지하게 만난 적이 있다. 이 때 나폴레옹은 40 장년, 괴테는 60 노인이었다. 일설에는 2분 동안이라 하기도 하고 또는 한 시간이라고도 하는 시간 동안 두 사람은 서로를 파악했다. 대화를 마친 나폴레옹은 괴테를 가리켜 “Voiláunhomme!”이라고 했다. “저것이야말로 인간이로구나” 하는 뜻이었다. 세계를 주름잡던 천하의 나폴레옹이 무력(武力)이라고는 전혀 모르던 괴테에게 머리를 숙인 꼴이었다. 문(文)이 무(武)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말하는 예가 어디 이 뿐이겠는가.
문(文)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는 말[言] 역시 대단한 위력을 가졌음을 말하는 것이 오히려 진부하게 여겨질 정도로 시시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은 사람을 잡기도 하고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성경에도, 말[馬]에 재갈을 물려 말의 온 몸을 끌고 다니듯이, 작은 키로 큰 배를 움직이듯이, 작은 불꽃이 큰 숲을 태우듯이, 작은 혀가 큰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 경고하는 구절이 있다(야고보서 3장).
어린 시절 누군가로부터 우연히 들었던 한 마디의 말, 이를테면 “너는 그림을 참 잘 그리는구나” “너 참 장부답게 생겼다” “넌 정말 참을성이 많구나” 하는 등등의 말이 한 인생의 미래를 바꾸어 놓는 예도 얼마든지 있다. 말이 이렇게 긍정적인 면에서만 위력을 발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렇지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동물들간의 토론에서 뱀이 했다는 말, 곧 “사람들이 나를 저주스런 동물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사람보다는 낫다. 왜냐하면 나는 적어도 입으로 상대를 괴롭히지는 않기 때문이다”라 한 우화의 대사는, 말로 상대를 해치는 인간의 나쁜 습성을 빗댄 표현이다. 다른 동물들은 입으로 물어뜯고 이로 씹고 하지만 뱀은 먹이를 통채로 삼킨다는 데 착안한 우화이다. 이렇게, 말은 양날이 선 칼과 같다.
오늘날에 있어서는 개인의 말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것이 집단의 말이다. 이른바 <여론>이라 하는 말[言]의 괴물이다. 여론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매체 중 하나가 신문이다. 그러기에 <신문>이라는 말만 나오면 흔히 사이비 기자를 떠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위력이 있는 곳에는 언제든지 악(惡)이 함께 기생하기 때문이다.
내일신문이 어언 창간 3주년을 맞이했다. 돈이 많이 투자된 곳에서는 돈을 많이 빼내야 하는 것이 경제의 알파벳이다. 그러나 내일신문을 창간하면서는 돈보다는 정신이 훨씬 많이 투자됐다. 그러기에 아직까지 경제적 이익보다는 사회의 개혁에 더 열을 올리는 기개(氣槪)가 펄펄 살아 있나보다. 신문 기자들에게 너무나 당연하게 주어지는 촌지도, 필자가 아는 바 내일신문에는 전국 어디에도 없다. 이것은 말의 힘을 정당한 방면에 나타나게 하는 데 기본적인 자세이다. 앞으로도 이 깨끗함은 길이길이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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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0-16 (Wed)
전대환 [2004-09-28 00:39]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