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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부분은 좀 가리면서 삽시다
소중한 부분은 좀 가리면서 삽시다
1996-08-28 (Wed) 전대환 [2004-09-28 00:38]
전대환 내일신문
삼복(三伏) 더위가 이제는 완연히 기가 꺾였다. 우리가 무더운 여름을 표현할 때 전통적으로 ‘복’(伏)이라는 말을 사용해 왔는데, 이는 더운 시절에 사람[人]과 개[犬]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더위에 사람과 개가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는 상상에 맡긴다.) 우리네 복날의 개 신세와는 대조적으로, 얼마 전 텔레비전에는 서양에서 운영되는 개 전용 식당이 소개된 적이 있다. 화면에는 잘 차려 입은 견공들이 안경까지 끼고 식탁에 앉아 음식을 핥아먹는 모습이 그럴싸하게 잡혀서 방영이 되었다.
개가 옷을 입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그리고 개가 비싼 값을 치르고 개밥을 먹는 전용 식당이 필요한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개 옹호론자들은 정당한 이유를 둘러대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이 필요불가결 것은 단연코 아니라는 것이다.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것을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고 해서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하는 것은 사치와 만용이 되기 쉽다.
그러나 사람이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은 필요불가결한 일이다. 추위를 막기 위해서 옷을 입기도 하지만 여름철에는 그것보다는 중요한 부분을 가린다는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아프리카의 산골 부족에서 원주민들이 자기들끼리 사는 곳에서 옷을 벗고 다닌다고 탓할 사람은 없겠지만, 아프리카 원주민이라고 하더라도 산업화된 나라의 도심지에서 옷을 벗고 다니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것은 산업화 된 나라의 실정법은 물론 관습에도 맞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이라면 옷을 입고 다니도록 우리 사회에서 강요(?)하는 것은 옷으로 가려야 하는 부분이 그만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이, 중요한 부분은 가리는 것이 아름답다. 그런데, 요즈음은 중요하고 소중한 부분까지 노출시키는 것을 좋아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거기까지는 덜 소중하다고 생각해서인지는 몰라도 배꼽을 내놓고 다니는 일도 그리 이상스럽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텔레비전 광고도 가리는 부분이 전혀 없다. 한 때 어느 제약회사가 “우리의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는 문구를 광고에 넣어 그 말이 유행될 정도로 호응을 얻자 금방 “우리의 ㅅ표는 좋은 것이여”라는 표현으로 말을 돌변시켜서 늙은 국악인을 초라하게 보이게 만든 일도 도무지 <가리는 멋>을 무시한 졸렬한 상술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어느 드라마에서 조금 인기가 있다 싶으면 곧바로 극중 배역을 이용해서 광고를 만들어대는 모습도 경박하기 짝이 없다. 배우는 연극이나 드라마가 생명이다. 그렇게 소중한 부분을 돈 몇 푼에 광고로 팔아먹는 처사는 아무래도 인기 관리를 소흘히 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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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8-28 (Wed)
전대환 [2004-09-28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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