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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시간과 창조적 시간
일상적인 시간과 창조적 시간
1996-07-23 (Tue) 전대환 [2004-09-27 22:50]
전대환 KBS 제1라디오
오늘 오전부터 지금까지 여러분은 무슨 일을 했습니까? 오늘 여러분이 한 일을 종이에다가 한 번 적어 보십시오.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신 분들도 있을 것이고, 별 일 없이 그냥 시간만 보내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어떤 친구가, 자기는 매우 바쁘게 산다고 말했습니다. 그래, 무얼 하느라고 그렇게 바쁜지 물어보았더니, 월요일은 무엇을 하고, 화요일은 이걸 해야 하고, 수요일은 이 일, 목요일은 저 일... 하는 식으로 읊어 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진담 반, 놀림 반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자네와 같이 바쁜데, 나의 경우는 자네가 하는 일을 시간으로 끊어서,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무엇,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무엇... 이렇게 하네" 하고 말했던 일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많이 배운 사람이나 적게 배운 사람이나, 잘 생긴 사람이나 못생긴 사람이나 똑같이 하루에 24시간입니다. 이런 시간을 우리는 <크로노스(chronos)>라고 합니다. 아무 일 없이 앉아 있어도 일상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시간을 말합니다. 그런데 시간에는 크로노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카이로스(kairos)>라는 시간이 있습니다. 카이로스는 시간의 길이가 문제가 아니고 질을 중요시하는 시간의 개념입니다. 어떤 사람은 하루 24시간을 할 일 없이 심심하다고 느끼며 보내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겉으로는 보통 사람과 다름이 없으면서도 머리 속에서 수없는 계획을 세우고 연구를 지속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사람은 시간을 잘게 잘라서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해냅니다.
불가에서는 가장 긴 시간의 단위를 <겁(劫)>이라고 합니다. 사방 100m쯤 되는 금강석 위에 100년에 한 번씩 선녀가 내려와서 옷깃을 스치고 지나갈 때 그 금강석이 다 닳아 없어지는 시간을 겁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가장 짧은 시간 단위는 <찰나(刹那)>인데, 이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짧은 시간을 말합니다. 어떤 이는 이를 720분의 1초라고 하기도 합니다.
<겁>의 시간을 주어도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찰나>의 시간을 가지고서도 많은 결과를 나타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빛은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돕니다. 64매가디램은 1초에 10억 번 이상을 계산해냅니다. 이런 것을 보면 <찰나>의 시간도 얼마나 요긴하게 쓰이는가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에도 "주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같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크로노스가 아니라 카이로스의 시간을 말하는 것입니다.
창조적 시간인 카이로스를 모르고 일상적인 시간인 크로노스만을 사용하는 사람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성공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크로노스 즉 일상적인 시간 중에서 카이로스 즉 창조적인 시간을 가능한 한 많이 만드는 사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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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7-23 (Tue)
전대환 [2004-09-27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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