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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함께 사는 세상이어야 합니다
21세기는 함께 사는 세상이어야 합니다
1996-07-02 (Tue) 전대환 [2004-09-27 22:46]
전대환 KBS 제1라디오
존 록펠러(John Rockefeller Sr. 1839-1937)는, 우리가 부자의 대명사처럼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대개 돈 많은 사람들이 건강 관리를 소흘히 해서 오래 사는 예가 많지 않은데, 이 사람은 무려 98세까지나 살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록펠러도 54세에 죽었어야 할 사람이었습니다만 어떤 일을 계기로 45년이나 더 건강하게 살았습니다.
록펠러는 서른 세 살에 1백만 달러를 벌었고, 마흔 셋에는 미국 정유산업을 장악하여 미국 최대의 정유회사를 만들었고, 쉰 세 살에는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습니다. 이 때가 록펠러에게는 인생의 최대 고비였습니다. 사람이란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정신없이 노력할 때는 잘 모르지만 다 이루어 놓고 보면 허탈감에 빠질 때가 많습니다. 그 때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렇게 되면 심신은 약해질 수밖에 없어서 질병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록펠러도 세계 최대의 부자가 된 직후 알로페시아(Alopecia)라는 병에 걸렸습니다. 머리털이 빠지고 눈썹까지 빠지고 소화도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세계 최대의 부자도 산해진미 대신 우유와 크래커만을 가지고 연명해야 했습니다. 자꾸 무서운 마음이 들어서, 보디가드가 수십 명이 지키고 있어도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부자라 해도 좋은 침대를 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좋은 잠까지 살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의사는 이 사람이 앞으로 1년을 넘기지 못하리라고 선언했고, 각 언론사들은 록팰러 추모 특집까지 만들어 놓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인생을 포기한 상태에서 록펠러는 어느 날 성서를 읽다가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아주 단순한 진리였지만 이 깨달음은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 날부터 그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재산을 풀어 많은 봉사단체를 돕고 구호사업을 했습니다. 대학을 설립하고 의학 연구소를 세워서 페니실린을 개발하도록 돕기도 했습니다. 삶의 방향을 바꾸고 보니 몸도 점점 건강해져서 98세까지나 살게 되었습니다.
<21세기>라는 말에서 우리는 과학문명이나 컴퓨터나 산업화 등을 떠올리게 되지만, 21세기가 아니라 31세기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 땅은 기계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세상입니다. 아무리 통신이 발달한다고 해도, 거기에 인간적인 정과 사랑이 빠지면 삶의 의미가 없어집니다.
제가 록펠러 이야기를 한 것은 재산을 좋은 일에 헌납해야 오래 산다고 하는 교훈을 전하려고 하는 뜻이 아닙니다. 록펠러가 98세까지 살기는 했지만, 그 사람이 마음을 바꾸고 나서 1년만을 더 살았다고 해도 그는 만족하며 행복하게 죽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돈은 모을수록 걱정거리가 많아지지만, 나눌수록 행복해집니다. 21세기는 나누는 세상, 함께 사는 세상, 그럼으로써 행복한 세상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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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7-02 (T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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