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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10만 명 이상이 죽고 300만 명 가까운 사람이 부상을 당했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연상하십니까? 아마 '어디서 전쟁이 일어났겠지'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일어났겠지'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났던 전쟁입니다. 그것도 외국이 아니라 바로 대한민국에서 일어났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1985년부터 1994년까지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이 104,479명, 부상당한 사람이 2,884,840명이었습니다. 그러니, 전쟁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이를 어찌 전쟁이라 아니할 수 있겠습니까? 참고로 살펴보자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6.25 전쟁 3년 동안 죽은 사람은 150만 명, 부상당한 사람은 360만 명입니다. 6.25가, 총과 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실제 전투였음을 감안할 때 사망자 수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부상자 수를 본다면, 지난 10년 동안 교통사고 때문에 부상당한 사람이 6.25 전쟁 3년 동안 부상당한 사람의 숫자에 거의 육박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즉 1995년도의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를 보면, 자동차 1만 대당 서울은 4명, 대구는 6명인 데 비해 구미는 무려 15명이나 됩니다. 대단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사망 사고도 서울이 8명, 대구가 14명인데, 구미는 33명이 넘는 실정입니다. 세계에서 악명높은 교통사고 왕국인 대한민국, 거기에서도 사고율 1위를 기록하는 구미시, 1등 구미도 좋지만 이런 것까지 1등 할 일까지야 있겠습니까?
21세기의 사회가 복지 사회이어야 한다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교통사고 결과표를 들고서는 21세기 선진 구미로 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7일, 금요일 아침, 우리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교통사고 가 없는 구미를 만들자는 뜻으로 <교통사고 없는 구미 만들기 운동 본부>를 결성하기로 했습니다. 이 날, 구미 시장님을 비롯하여 우리 지역의 국회의원, 시의회 의장님과 시의원들, 경찰서장님, 교육장님, 그리고 사회단체 대표들도 다수 참여했습니다. 지역의 한 신문사가 주선하여 마련한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분들이 1995년 한 해의 교통사고 결과를 놓고 충격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빠리에 가 보니까..." 어떻고 "뉴욕에 가 보니까..." 어떻고 하며 그 도시의 교통 문화를 칭찬하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세게인들이 "구미에 가 보니까..."라고 하는 말을 들어야 하겠습니다. 지금은 6월입니다. 공교롭게도 6월은 전쟁이 일어난 달이기도 하지만,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달이기도 합니다. 지금 운전자 여러분 가운데서 횡단보도를 그냥 지나처 오신 분은 안 계십니까? 다음 횡단보도에서는 반드시 일단정지하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1996.6.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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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6-11 (Tue)
전대환 [2004-09-27 22:40]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