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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을 없애자
장애인의 날을 없애자
1996-05-01 (Wed) 전대환 [2004-09-28 00:34]
전대환 내일신문
지난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정부를 비롯하여 각종 단체에서 행사들을 다채롭게 준비하였다. 달력을 펼쳐 놓고 보면 무슨무슨 날이라고 적혀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아무 날도 아닌(?) 날이 별로 없을 정도다. 앞으로도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하여 수없이 많은 기념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일 년에 하루는 장애인을, 아루는 어린이를, 하루는 어버이를, 하루는 스승을, 하루는 아내를 하는 식으로 일 년에 하루씩만 특정 대상을 기억하고 기념일을 지키는 때가 오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특정 범주의 사람들을 하루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나온 고육지책(苦肉之策)인지도 모른다.
예수의 제자라고 하면 그래도 보통 사람들보다는 생각이 진보적일 법하지만, 예수의 제자들이라는 사람들이 선천적 시각 장애인을 두고 예수께 물었다. “이 사람의 장애는 자기 죄 때문입니까, 아니면 이 사람 아버지 죄 때문입니까?” 제자들은 다분히 장애인을 향한 비뚤어진 관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도 역시 예수의 제자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장애에는 어딘가 원인이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그리하여 무언 중에 장애에 대한 책임을 장애인 자신이나 주변 여건에 돌려 버리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장애인 시설이 동네에 들어온다 하여 데모를 하고 결사 반대의 결의를 다지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가. 장애인 스스로도 자기의 장애를 운명에 돌리려는 위험한 생각을 가지고 장애를 수치스럽고 욕된 것으로 생각하여 가급적이면 감추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수의 관점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으면서도 제자들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었다. “이 사람의 장애는 자기 죄 때문도 아니고 부모의 죄 때문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의 장애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예수가 준 대답은 “하나님의 일을 이루기 위하여‘였다. 예수가 말하는 하나님의 일이란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 곧 신국(神國)을 이루는 일이었다.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높다고 자처하는 사람이나 보통 사람이나, 여자나 남자나, 시어머니나 며느리나, 장애가 있는 사람이나 외형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이나 모두 똑같은 대접을 받는 나라이다.
속병 않는 사람,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 운전 면허증이 없는 사람을 우리는 장애인이라 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경우가 장애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겉으로 표시나는 장애를 가진 사람만을 우리는 장애인이라 부른다. 이것은 대단한 모순이다. 장애인이란 별종(別種)이 아니라 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일 뿐이라고 하는 말이 결코 하기 좋은 말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인의 날 자체를 없애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 모두가 겉으로든 속으로든 적어도 한두 군데 이상은 장애를 가진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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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5-01 (Wed)
전대환 [2004-09-28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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