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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의 변천
카메라의 변천
1996-05-14 (Tue) 전대환 [2004-09-27 22:29]
전대환 KBS 제1라디오
우리가 잘 아는 공자님의 말씀 가운데 "學而時習之이면 不亦說乎아"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공부라 하면 따분하다는 생각부터 하게 되는 학생에게, 반복해서 배울 것만 요구한다면 기쁘기는커녕 신물이 날 지경일 것입니다. 그러나 "學以時習"을 해석할 때, 계속해서 공부만 한다는 뜻으로보다는, 배운 것을 체험하는 것에 강조점을 둔다면, '아하, 그래서 기쁜 것이로구나' 하면서 이 말씀의 뜻을 공감할 수 있습니다. 벌써 오래 전의 일입니다만, 제가 아는 어떤 할머니께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서울" "대구"라고 쓰여진 행선지 글자를 읽으시면서 어쩔 줄 모르게 기뻐하시는 모습을 본 일이 있습니다. 그 할머니는 당시 한글을 배우던 중이었던 것입니다. 당신이 배운 글자를 실제로 터미널에서 보았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누구에게 물어보지 않고도 스스로 글자를 보고 버스를 탈 수 있게 된 기쁨, 어찌 "不亦說乎아"라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우리가 잘 아는 사람이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면 매우 반가워 합니다. 자기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은 學이요, 다른 매체를 통하여 다시 본다는 것은 習입니다. 그래서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우리가 무슨 일만 있으면 사진을 찍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다시 확인하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입니다. 이것 역시 學以時習의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사진기, 즉 카메라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신기해했습니다. 공자님을 모르는 서양 사람들도 學以時習의 기쁨을 마음껏 누렸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이 카메라는 한 장면만 찍을 수 있는 1차원적인 것입니다. 시간의 흐름을 직선이라고 생각하면 무한한 직선 가운데 한 점을 표시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근래에는 <무비 카메라>라 해서 직선 중의 일부, 곧 선분을 표현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지된 한 커트만을 찍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을 찍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것을 편의상 2차원적인 카메라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만들어질 21세기의 카메라는 어떤 것이겠습니까? 아마도 3차원의 카메라가 등장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영화를 볼 때 필름에 찍혀진 장면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3차원의 카메라가 개발되면, 마치 컴퓨터로 3차원 게임을 즐기듯이 배우의 뒷모습뿐만 아니라 화면에서 우리가 보고자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카메라맨이 설정한 각도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어떤 각도에서도 화상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미국 IBM사의 사장이 팩시밀리를 통하여 통닭까지 보내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는 세상이고 보면, 이런 카메라 역시 꿈속의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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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5-14 (Tue)
전대환 [2004-09-27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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