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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이만한 게 기적
교통사고, 이만한 게 기적
1996-07-10 (Wed) 전대환 [2004-09-28 00:36]
전대환 내일신문
땅덩어리 큰 나라 미국에는 자연적인 구경거리도 많지만, 사람이 만든 걸작품들도 많다. 이른바 7대 인공기념물이라는 것인데,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아리조나 주의 후버 댐, 로스앤젤레스 오렌지 카운티의 디즈니랜드, 휴스턴의 애스트로돔, 세인트루이스의 게이트웨이,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인상, 그리고 사우스 다코타의 마운트 러쉬모어 대통령 조각상이 바로 그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인공 조형물들도 대단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자타가 인정하는 교통문화가 아닌가 한다.
그들의 교통 환경 중에서 가장 먼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정갈하게 정비된 도로 여건이다. 우리 구미보다 결코 자동차가 적지 않은 도시의 러쉬아워 때도 물 흐르듯이 자동차가 진행할 수 있는 것은 도로 여건이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호등은 언제든지 자기 앞의 신호만 따르면 되도록 시원스럽게 그리고 큼직하게 만들어져 있다. 좌회전을 할 자동차들을 위하여 거의 어김없이 좌회전 전용 차선이 마련되어 있어서, 전방의 신호등이 동시 신호등인지 순번 신호등인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따라서 동시신호이려니 생각하고 승용차를 1차선으로 몰고 가다가 신호등에 임박해서야 좌회전 차선임을 발견하고 당황할 일은 전혀 없다.
또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운전자들의 준법 습관이다. 한 번은 친구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신호등이 없는 네거리에 이르렀는데, 정면에서 상대방 자동차가 코앞에 이르렀는데도 이 친구는 잠시 멈추더니 유유히 좌회전을 하는 것이었다. 어째 그렇게 위험스럽게 운전을 하느냐고 했더니, 이 친구는 너무도 당연한 것을 가지고 그러느냐는 듯, 설명을 해 주었다. 신호등 없는 네거리에서는 어김없이 정지 표지가 있기 때문에 상대 차는 당연히 정지할 것이고, 우리 차가 먼저 네거리에 도달했으니 먼저 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신호등이 없는 거리 어디에서도 정지 표지를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설령 정지 표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지켜서 정지하는 자동차가 없을 뿐더러, 정지 신호에서 일일이 정지했다가는 뒷차로부터 온갖 욕을 다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이란 표지만 나오면 차 한 대 없는 허허벌판에서도 일단 정지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다. 물론 어기면 200달러 이상의 벌금에다가 몇 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 등의 불이익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안전에는 최고였다.
네거리든 횡단보도든 멀리서 살펴보고 그대로 질주하다가 상대편에서 차가 오면 상향 등을 번쩍거리며 당당하게 지나가는 것이 우리의 교통 문화이고 보면 그런 상황 속에서 교통사고가 이만한 것이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운전 면허를 받을 때 네거리에서의 우선 통행 순서를 배우지만 전혀 실천할 일이 없는 우리의 실정, 표지판대로 질서를 지키고 싶어도 표지 자체가 엉망이어서 지키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이번에도 “미국에 가보니까...”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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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7-10 (Wed)
전대환 [2004-09-28 00:36]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