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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 구미의 꼴찌 모습
일등 구미의 꼴찌 모습
1996-07-16 (Tue) 전대환 [2004-09-27 22:49]
전대환 KBS 제1라디오
지난 주엔가요, 제가 구미시에서 운영하는 어느 공공기관에 갔던 일이 있습니다. 비가 몹시 쏟아지는 날이었습니다. 마침 그 곳에서 행사가 있어서 주차장은 이미 다 차버려서 자동차를 세울 곳이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나와서 골목을 돌아 이면도로에 자동차를 세워 놓고 비를 맞으며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는데, 현관에서 안내하는 분이 호루라기를 불며 어떤 자동차를 제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자동차 앞에는 장애인용 자동차임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습니다. 금을 그어 놓은 주차장은 아니지만 현관 앞에 주차할 공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동차는 밖으로 나가야 했습니다. 한참 뒤에 그 자동차 운전자는 목발을 짚고 비를 흠뻑 맞으며 행사장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현행법에서 공공건물에는 주차장의 1퍼센트 내지 3퍼센트의 범위 안에서 반드시 장애인용 주차장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관에서는 장애인용 주차장 표시를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 기관이 시에서 운영하는 사업소임을 감안한다면, 우리 지역의 장애인 정책이 얼마나 관심 밖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법으로 정해져 있는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구미시가 스스로 법을 어긴 셈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앞으로 장애인용 주차장을 설치할 예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장애인용 자동차를 대문 밖으로 내쫓은 처사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외국의 예를 들어서 어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얼마 전 미국에 갔을 때, 어느 조그만 시골 교회에서 설교를 했던 일이 있습니다. 놀라웠던 일은 그 교회 담임목사가 장애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교회의 강대상에는 휠체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그 곳 뿐만이 아니라, 몇 차례의 미국 여행을 하는 동안 바퀴가 달린 트렁크를 끌고 보통 다니게 되는데, 그 어느 곳에도 이 트렁크를 끌고 갈 수 없는 곳이 없었습니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휠체어를 타고 갈 수 없는 곳이 없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주차장마다, 심지어는 자동차를 두세 대 정도밖에 주차할 수 없는 조그마한 음식점 앞에까지 장애인용임을 나타내는 표지가 어김없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일등 구미, 일등 시민>이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 왔습니다. 도대체 어디에서 일등 구미이고, 어떤 면에서 일등 시민인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좁은 땅에 일일이 장애인용 주차장을 설치한다는 것이 무리일는지는 모르지만, 넓은 잔디밭과 마당을 가진 공공건물에서조차 거동이 불편한 운전자가 타는 장애인용 자동차가 괄시를 받는다면 일등 구미는 요원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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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7-16 (Tue)
전대환 [2004-09-27 22:49]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