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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과 평균
표준과 평균
1996-06-05 (Wed) 전대환 [2004-09-28 00:35]
전대환 내일신문
<롱다리>라는 우스갯소리가 요즈음은 유행어가 되어 어법(語法)과는 무관하게 흔히 사용된다. 언제부터 우리가 롱다리를 부러워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선조들은 롱다리를 그렇게 좋게만 생각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키 큰 사람 치고 싱겁지 않은 사람 보지 못했다”는 속담까지 있으니 말이다.
미국인의 영웅 아브라함 링컨은 유난히 롱다리였다. 링컨에게 있어서 롱다리는 일종의 콤플렉스이기도 했다. 그의 선거 유세 기간 중에 반대당 청년이 짖꿎은 질문을 했다.
“당신은 사람의 다리 길이가 어느 정도가 표준이라고 생각하시오?”
이 말에 대해 링컨은 이렇게 대답했다.
“몸뚱이 밑에서부터 땅까지가 표준이겠지요.”
아기들을 위한 분유회사에서 선전용으로 만들어 뿌리는 것 가운데 <발육 표준치>라는 것이 있다. 키와 몸무게 등이 신생아는 얼마, 몇 개월째는 얼마... 하는 식으로 표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두고 어찌 표준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아기의 어머니들이 우리 아이는 표준치에 얼마가 미달이네 하면서 걱정을 한다는 데 있다. 그것은 표준이라기보다는 단순히 평균치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평균이라고 다 믿을 것은 못 된다. ‘국민소득 일만 불 시대’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데, 한 번 계산해 보자. 셈하기 좋게 1달러를 800원으로 생각한다면 1만 불이면 800만원이다. 이것이 일인당 소득이므로 4인 가족을 예로 들면 한 해에 3천 2백만 원이 된다. 이렇게 보면 4인 가족의 가장이 연봉 3천 2백만 원을 받아야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수준의 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살맛이 뚝 떨어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을 것이다. 과연 우리 중에 이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이것은 국민총생산을 총 국민 수로 단순히 나눈 것이기 때문에 국민 총생산이란 개념을 따져보면 얼마나 허구적인 숫자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우리가 <평균>을 전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너무 의식하면 정신과 육체의 건강에 해롭다. <표준>이라는 것은 더더구나 말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표준을 누가 세우느냐이다. 왜 우리가 남이 만들고 계산해 놓은 표준이나 평균을 놓고 거기에 얽매여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가? 표준은 나에게 맞게 내가 세우는 것이다. 한국 남자의 키의 표준은 머리 끝에서부터 발바닥까지의 길이이다. 한국 사람의 한 달 표준 수입은 우리 집에서 한 달간 버는 금액이다. 갓 태어난 아기의 표준 몸무게는 우리 아기를 바구니에 담아 저울에 달아보고 바구니의 무게를 뺀 값이다. 한국인의 표준 학력은 내가 최종적으로 졸업한 학교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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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6-05 (Wed)
전대환 [2004-09-2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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