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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만졌던 곳

남편이 만졌던 곳

1995-07-26 (Wed)

전대환 [2004-09-28 00:00]

전대환

내일신문

유대인의 이야기 가운데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성격이 날카로운 어떤 부인의 집에 페인트 칠을 하게 되었다. 범벅이 된 페인트 냄새에 부인은 골치가 딱딱 아플 지경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냄새 때문에 신경 쓰이는데, 남편이란 사람이 깨끗하게 칠해 놓은 안방 벽에다가 선명하게 손도장을 찍고 말았다. 실수한 남편이 마나님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뭘 그렇게 흥분해요. 내일 아침에 페인트공이 오면 다시 칠해달라면 될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인은 손자국에 신경이 쓰여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페인트공이 문지방을 넘어 들어오기도 전에 부인은 호들갑을 떨며 안방으로 남자의 팔을 끌었다. “어머, 어서 오세요. 밤새도록 저는 잠 한 잠 못 자고 아저씨만 생각했다고요.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이리 들어오세요. 제 남편이 만졌던 데를 보여 드릴께요.”

허여멀건해진 페인트공이 아연실색하여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아주머니, 제발... 저같은 늙은이한테 이러시면... 저는 차 한 잔이나 과자 한 조각이면 족하답니다.”

이런 걸 두고 우리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 한다. 골치가 딱딱 아픈 국민들이 지난 지방 선거에서 너무 호들갑을 떨었던가. 연세 높은 어떤 어른 선생께서 그것 때문에 신당(新黨) 꿈을 꾸고 계신 것이나 아닌지...

전대환(구미안디옥교회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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