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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07-12 (Wed)

전대환 [2004-09-27 23:58]

전대환

내일신문

원칙을 고수하며 타협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향하여 우리는 흔히 융통성이 없다고 핀잔을 준다. 이들은 성격이 모가 났다는 소리도 감수하고 산다. 공직자들이 동료들이나 상사로부터의 따돌림이 무서워 뇌물을 함부로 거절하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다.

우리 사회는 융통성이 많은 사회다.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의 한복은 약간은 헐렁해야 제 모양이 난다. 상거래(商去來)에서도 에누리가 없는 것은 미덕이 아니다. 우리의 이런 문화를 일컬어 어던 학자는 “멋”의 문화라 하기도 한다.

근래 들어 우리 사회의 융통성이 너무 많아져서 탈이 나고 있다. 비행기가 떨어지고 배가 가라앉고 열차가 탈선하고 다리가 끊어지고 가스가 폭발하고 급기야는 백화점이 무너지고... 공사 업자들이나 감리요원들이나 공무원들이나 백화점 간부들 중 목숨 걸고 타협을 멀리하는 쫌생원이 한둘 쯤만 있었어도 이런 일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을.

융통성이 있다는 것 자체는 멋이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헬렐레” 하다가 융통성을 너무 많이 부려 핫바지가 흘러내리는 망신을 당했다. 적당한 여유와 적당한 쫀쫀함을 조화시키는 “멋”을 지니자.

전대환(구미안디옥교회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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