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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반(十匙一飯)
십시일반(十匙一飯)
1997-04-15 (Tue) 전대환 [2004-09-27 23:30]
전대환 KBS 제1라디오
십시일반(十匙一飯)! 우리가 잘 아는 대로, 밥 열 숟가락이면 한 사람의 한 끼니의 식사가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해서 어려운 이웃을 도와 왔습니다. 이런 전통을 되살려, 요즈음도 일부 교회에서는 여신도들을 중심으로 하여 성미(誠米)라는 활동을 합니다. 끼니를 준비할 때마다 식구 수대로 쌀 한 숟가락씩을 따로 떼어놓았다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운동입니다.
어제, 저는 참으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인데 저에게 전화를 하고는 좀 만났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시해서, 어제 오후에 만났습니다. 한 시간 가량 같이 이야기를 했지만 저는 이분의 고향이 구미라는 것밖에는, 이름도 모르고, 사는 곳도 모르고, 직업도 모릅니다.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간에 공감을 확인했을 뿐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고 있다가, 헤어질 때쯤 해서 봉투를 하나 내밀면서, 자기를 대신해서 어려운 이들을 위해 써 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것은 자기 한 달 수입의 10분의 1이라고 하였습니다. 교회에 나오는 분인 것 같으면 종교상의 헌금으로 십일조를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분은 분명 기독교 신자는 아니었습니다. 혼자만 알고 있을테니 이름만이라도 가르쳐 줄 수 없겠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끝까지 거기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총총히 사라졌습니다. 한 달 수입의 십분의 일이라고 한 액수를 확인한 후에 안 일이지만 그분의 수입은 결코 넉넉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여러분, 구미 시민을 32만이라고 보면, 그 중 10분의 1은 3만2천 명이나 됩니다. 그러나 우리 구미시에 등록된 장애인의 수는 1천5백 명밖에 안 됩니다. 거기에다가 생계가 어려운 극빈자의 수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가 국가에 내는 세금이 우리 수입의 10분의 1을 넘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도 당연히 장애자나 극빈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문제가 되지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공직자만을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돈으로 따져서 우리 수입의 10분의 일을 나라에 바치는 것으로 이웃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십시일반의 정신은 돈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십시일반을 실천하겠다는 마음이 중요한 것입니다.
현대인은 하루에 여덟 시간 일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는 자신과 가정의 생계를 위한 시간입니다. 그렇다면 하루에 한 시간쯤은 이웃을 위하여 할애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어떻겠습니까? 우리가 21세기를 준비하자고 합니다만, 미래를 준비하자는 것의 의미는 무엇이겠습니까? 나 혼자만 배부르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함께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데 그 참 뜻이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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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4-15 (Tue)
전대환 [2004-09-27 23:30]
이느주 [2006-09-23 20:50] from 211.246.xxx.31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