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글들은 대개 전대환의 저작물들입니다.
글을 사용하시려고 하는 경우 반드시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컴퓨터 범죄
컴퓨터 범죄
1997-02-04 (Tue) 전대환 [2004-09-27 23:19]
전대환 KBS 제1라디오
세상이 편리해질수록 그 반대 여파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음은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사실입니다. 옛날에는 한 달씩 걸리던 거리도 이제는 한 시간여 만에 달려갈 수 있게 되었다든지, 동시에 수많은 승객이나 화물을 수송할 수 있게 되었다든지 하는 면은 대단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반대로 교통 체증 문제, 대형 사고의 문제 등은 그 잇점에 못지 않은 부작용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런 현상은 사회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최근에 가장 우려스럽게 나타나는 일이 이른바 <컴퓨터 범죄>입니다. 컴퓨터 범죄의 유형은 대개 두 가지 정도로 분류해볼 수 있는데, 그 첫 번째는 다른 사람의 정보를 본인 몰래 빼내서 자기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프로그램을 조작하여 자기의 이득을 챙기는 일입니다.
첫 번째 유형에 해당하는 사례는 지난 해 10월 한국 과학기술원에서 전산학을 공부하는 어떤 학생이 한국통신의 인터넷망에 침입해서 다른 사람의 교신 내용을 읽은 후, 그 사람의 은행 계좌에서 돈을 훔치다가 덜미가 잡힌 일을 들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유형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은행의 전산망 프로그램을 조작하여 많은 사람의 예금 계좌에서 이자 등으로 입금되는 금액 중 표시 안 날 정도로 조금씩 잘라내서 자신의 계좌로 입금시키는 수법을 쓴다든지, 은행간의 금전 거래를 관리하는 전산망에 침입해 거금을 횡령하는 수법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자신의 이익과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으면서도 컴퓨터 범죄에 해당하는 것이 있는데,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들어서 유포시키는 일이 그것입니다. 컴퓨터용 파일을 복사하는 과정에서 남의 시스템에 들어가게 한 뒤, 여러 가지 형태로 시스템이나 자료를 손상시키는 행위입니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애써 만들거나 수집해 놓은 자료를 일순간에 못쓰게 만들거나, 심지어는 컴퓨터의 기계적인 장치에 해당하는 하드웨어까지 고장나게 만들기도 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실 이런 유형의 범죄들에 대한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어 그 처벌이 가볍게 끝난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는 법규가 정비되어 이런 범죄자들을 형사범으로 다룰 수 있게 되어, 그 처벌도 엄격하고 무거워졌습니다.
방향이 조금 다를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범죄에도 단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배가 고파서 남의 양식에 손을 댄다든지 하는 것은 그래도 첫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범죄입니다. 그보다 심한 경우는 범죄 자체를 즐기는 행위로서, 아무런 절박한 사정도 없으면서도 취미처럼 범행을 하는 경우입니다. 이보다 더 악질의 범죄는 죄를 재생산해내는 범죄일 것입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컴퓨터 범죄의 대부분은 첫 번째 단계와는 거리가 멀고, 거의 두 번째, 세 번째 단계의 무거운 범죄에 해당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과학이 발달할수록 우리에게 더욱 더 절실해지는 것은 옛날부터 아름답게 여겨 왔던 깨끗한 양심일 것입니다.
저작권 ⓒ 이야기마을™, 1997~2014. 마을지기: 전대환. 모든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이 사이트의 이름 *'이야기마을'은 특허청에 등록된 서비스표입니다(제41-0179291호).
온라인 오프라인 출판 분야에서 이 사이트 외에서는 '이야기마을'이란 이름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사이트저작권]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1997-02-04 (Tue)
전대환 [2004-09-27 23:19]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