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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게 하기
다시 태어나게 하기
1997-01-14 (Tue) 전대환 [2004-09-27 23:16]
전대환 KBS 제1라디오
어떤 철학자의 글에 보면, 인간은 다섯 번 태어난다고 하였습니다. 첫 번째 탄생은 물론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는 생물학적 출생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하나의 운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당사자에게는 선택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탄생은 사랑에 눈을 뜰 때입니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하기 시작할 때, 부모가 되어서 자식을 사랑하게 될 때, 이웃 사랑의 소중함을 깨달을 때 인간은 다시 태어납니다. 세 번째는 종교적 탄생입니다. 이 세상에 자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섭리가 있고, 절대자의 손길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때 사람은 다시 태어납니다. 공자께서도 나이 오십이 되어 천명(天命)을 알았다고 했습니다. 네 번째 탄생은 자기의 사명(使命)을 발견하고 자각할 때입니다.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를 되짚어보는 순간에 우리는 다시 태어납니다. 그리고 다섯 번째는, 좀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죽음 앞에 직면할 때입니다. 사람은 죽음 앞에 설 때 가장 진솔해지고 겸허해진다고 하지 않습니까? 죽음 앞에 서서 자아를 진정으로 발견하게 된다면 그 때까지 살았던 인생의 기간보다, 그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는 짧은 시간이 더 의미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니 이 또한 소중한 <다시 태어남>이라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새롭게 태어났음을 경험하셨습니까? 그런데 저는 여기에다가 꼭 하나를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길을 발견할 때 인간은 다시 태어남을 체험한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던 사람이, 죽을 날만 기다리던 사람이, 아니 좀더 적극적으로 죽음의 길을 찾아 약을 사 모으고 목맬 끈을 남몰래 준비해서 숨겨 두었던 사람이, 한 줄기의 어떤 빛을 발견하고 나서, 죽음을 위해 준비해 두었던 물품들을 기쁜 마음으로 없애버리는 순간, 그 사람은 새로 태어난 사람입니다.
어제 밤 열한 시가 넘어서 어떤 분이 저를 찾아와서 아주 소중한 물건들을 남몰래 전해 주고 갔습니다. 그분은 자기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컴퓨터용 무선 키보드 세 개를 내놓으며, 몸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써 달라고 했습니다. 무선 키보드는 컴퓨터 앞으로 다가가지 않고도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컴퓨터를 켜고 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 키보드와 똑같이 글자를 입력하고 수정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움직임이 불편한 이들에게 참으로 귀중한 물건입니다. 이 외에도 최근 우리 컴두리센터에는 컴퓨터와 관련한 소중한 자원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것들은 컴퓨터 전문가인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거쳐 쓸 수 있는 완성된 컴퓨터로 다시 만들어져서 불편한 이들에게 전달이 됩니다.
이런 컴퓨터를 받는 장애인들 중 단 몇 사람만이라도, 컴퓨터를 통하여 세상과 연결되어, 다시 태어나는 기쁨을 누린다면 이 얼마나 귀한 일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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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1-14 (Tue)
전대환 [2004-09-27 23:16]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