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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인간
복제 인간
1997-03-11 (Tue) 전대환 [2004-09-27 23:24]
전대환 KBS 제1라디오
어린 아이들이 돌을 넘기면서부터는 그림책을 보기 시작합니다. 그림책을 보면서 말을 배우기도 하고 사물을 익히기도 하는데, 한 책에서 보았던 그림이 다른 책에서 다시 나타나면 아이들은 그걸 들고 엄마에게 와서 자랑을 합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신 "학이시습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 번 본 것을 다른 데서 보게 되면 아이들도 기뻐하는 것으로 보아서, 무엇인가 닮은 것을 보면 좋아하게 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기를 닮은 자식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이겠지요. 우리나라의 고전소설 {옹고집전}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는 것도 <닮은 꼴>의 존재가 엮어내는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에는 닮은꼴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노력이 활발해 지고 있는가 하면, 한 편으로는 그런 일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해 영국에서 양(羊)을 복제하는 데 성공하여, 인간을 복제할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다는 것이 오늘날 과학계의 공통적인 견해인 것 같습니다. 인간을 복제하게 될 때의 부작용을 막아보겠다는 노력이 그래서 더욱 설득력을 가지게 되는가 봅니다.
인간 복제 이론을 잠시 살펴보면, 여성의 난소에서 난자를 채취해 세포핵을 제거한 다음, 남성이나 여성의 체세포에서 핵만을 빼내 난자와 새로 융합시키면 체세포를 제공한 사람의 수정난이 만들어집니다. 이를 여성의 자궁 속에 넣어 착상시키면 쉽게 복제인간이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어떤 사람은 동네의 산부인과에서도 쉽게 복제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염려합니다. 이렇게 해서 수백 명의 맹자(孟子)를 만들어 내고, 수천 명의 테레사 수녀를 만들어 내서 세상을 좀더 도덕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없지는 않습니다. 또한 남자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아가씨가 처녀의 몸으로 혼자 아이를 낳을 수도 있고, 장기(長技) 이식도 쉬워지게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세포를 세포은행에 맡겨놓았다가 그것으로 자기를 복제하여 수백 년 동안 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자식을 잃어도 똑같은 아이를 다시 낳을 수 있을 것입니다. 꿈같은 이야기지요.
그러나 세상일이 이렇게 뜻대로만 흘러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복제 기술을 이용하여 수많은 범죄자가 세상에 판을 치게 될지도 모르고, 요사스러운 복제 미녀들이 나타나 인륜(人倫)이라는 말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할지도 모릅니다.
과학이 발달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복제인간을 만드는 것을 아무리 규제한다고 해도 그 실효는 의심스럽습니다. 건전한 정신과 예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 많아지게 하는 도리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 여러분과 똑같은 복제인간이 나타나 괴롭힘을 받는 제2의 옹고집이 되지 말고, 바른 마음을 가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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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3-11 (Tue)
전대환 [2004-09-27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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