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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모 회사
대리모 회사
1997-03-04 (Tue) 전대환 [2004-09-27 23:23]
전대환 KBS 제1라디오
얼마 전, 초등학교 2학년이던 아들이 숙제로 문제집을 풀어놓은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예전과는 달라서 모두 주관식 문제였는데, 그것도 단답형이 아니라 거의가 논술형이었습니다. 그 문제들 중에 "우리 고장의 자랑스러운 점을 쓰시오"라는 문제가 있어서 이놈이 어떻게 썼는가 하고 보았더니, "우리 아버지께서 사시는 고장이기 때문에 자랑스럽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식구들이 앉아서 배꼽을 쥐며 웃는데, 그 다음 문제는 "우리 어머니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점을 쓰시오"라는 문제였습니다. 이 녀석이 거기에다가는 "우리 아버지와 결혼한 점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써 놓았지 않았겠습니까? 우리 식구들은 한동안 웃느라고 서로의 얼굴도 못볼 지경이 되었었습니다.
아내는 "당신 참 행복도 하시겠구려" 하고 놀려댔지만, 사실 기분 나쁜 이야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이래서, 자식 크는 재미로 산다는 것이로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녀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어디 저 뿐이겠습니까마는, 자식이 사랑스럽고 귀여운 것은 무엇보다도 그 아이가 자기를 닮았다는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아버지나 어머니는 아이가 자기를 꼭 닮았다고 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닮았다는 것은 서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입양'이라는 방법을 꺼리고, 꼭 자신의 자녀를 가지기를 소망했고,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이른바 '씨받이'까지 동원하여 자식을 낳고자 했습니다. 그것마저도 안 되면 형제의 자식 중 하나를 양자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만큼 자기와 관련이 있는 자식을 원했다는 뜻일 것입니다.
서양 사람들도 이런 면에서는 별로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1981년 9월, 미국 필라델피아 주에서는 좀 특이한 회사가 설립되었습니다. 이른바 대리모(代理母) 회사라는 것이었습니다. 현대판 씨받이 회사인 샘입니다. 이 회사에서는 의뢰인으로부터 각종 법적인 절차와 병원비용, 대리모의 여행비용 등으로 1만 달러를 받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1만 2천 달러 정도를 대리모에게 지불해야 하는데, 대리모에게 가는 돈은 아기를 낳은 뒤 친권을 포기한 후에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이 회사는 대리 출산 외에도 의학적, 법적, 심리적인 문제와 종교적인 문제까지 상담해 줍니다. 이 회사는 설립 1년만에 20여 명의 의뢰인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 좀 이상한 표현이지만 ― 12명의 아기 생산에 들어갔다고 전해집니다.
주변에서 자녀가 없어 안타까워하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좋다는 약에다가, 온갖 민간 속설에 솔깃해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미신적인 행동까지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 자기를 닮은 존재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집착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느낍니다. 다음 시간에는 21세기의 판도라 상자라고 불리는 <복제인간>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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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3-04 (T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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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