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글들은 대개 전대환의 저작물들입니다.
글을 사용하시려고 하는 경우 반드시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21세기 구미의 사회복지정책
21세기 구미의 사회복지정책
1997-04-01 (Tue) 전대환 [2004-09-27 21:59]
전대환 구미YMCA회보
숙이네 집은 가난합니다. 월 100만원이 못되는 생활비로 네 식구가 근근히 생계를 이어가는 어려운 살림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다가 숙이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숙이의 병원비와 약값으로 한 달에 30만원 정도 들어갑니다.
철수네 집은 그런 대로 먹고 살 만한(?) 형편입니다. 역시 네 식구이지만 월수입이 300만원 정도이니까,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1만 달러임을 생각할 때, 1달러당 800원씩만 잡더라도 4인 가족이면 1년에 3천2백만원,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적인 생활 수준은 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철수도 병을 앓고 있습니다. 철수네 집에서도 철수의 병원비와 약값으로 월 30만원쯤 들어갑니다.
이 두 집을 비교해 봅시다. 숙이네 집은 월수입의 30%가 숙이의 병 치료비로 들어가고, 철수네 집은 월수입의 10%가 철수의 치료비입니다. 흔히들 잘 사는 나라일수록 사회복지 예산의 비중이 커야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복지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이 많고, 위 예에서 보듯이 전체 예산 자체가 적기 때문에 사회복지 예산의 비율이 높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 총예산은 67조 5천억원이고 보건복지부 예산은 2조 8천억원 정도입니다. 그 중에서 의료보험 예산을 빼면 순수한 복지 예산은 1조 8천억원 뿐입니다. 전체 예산의 3%에 불과합니다. 선진국만 복지예산의 비율이 높은 줄로 생각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대부분 나라의 복지예산이 15%를 넘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우리나라의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습니까? 정부의 말대로 해마다 복지예산을 1% 포인트씩 올린다고 해도 다른 나라를 따라가려면 최소한 10년이 걸리고 선진국을 따라가려면 30년이 걸린다는 계산입니다.
<사회복지>라 하면 흔히들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짓는다든지 무슨 무슨 복지관을 세운다든지 하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여겨집니다. 물론 그런 것도 복지에 관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생각하는 것은 너무 피상적입니다.
유대 [탈무드]에 보면 머리 둘 달린 사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머리가 둘이니 이 사람은 한 사람인가, 두 사람인가 하는 문제에서, 랍비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한쪽 머리에 뜨거운 물을 떨어뜨렸을 때, 다른 한 쪽 머리가 '앗 뜨거!' 하는 소리를 내면 그 사람은 한 사람이고,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이다."
우리는 단일 민족으로서 한 나라가 한 민족 공동체임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말로는 그렇게 외칩니다만, 실제로는 한 쪽에서 아무리 고통의 비명을 질러도 다른 한 쪽은 멀쩡하게 잠잠합니다. 나라 전체를 놓고 볼 때 이런 현상을 가진 나라가, 나라 전체를 몸이라고 생각할 때 어찌 정상인 몸일 수 있겠습니까? 정상적인 몸이라면 한 쪽 지체(肢體)가 아플 때 온 몸이 욱신거리고 아파야 합니다. 머리에 열이 펄펄 나는데도 팔다리나 내장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그 몸은 완전히 비정상이든지, 아니면 완전히 도(道)를 통한 몸이든지 둘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병구완 3년에 효자 없다'고 하기는 하지만, 정상적이고 화목한 가정이라면, 집안에 불편한 사람이 있을 때 모든 일을 뒤로 미루고 그 식구의 치료나 보살핌을 최우선 과제로 삼습니다.
구미에는 극빈자나 노인 등을 제외해 놓고, 몸과 마음이 불편한 사람(장애인)만도 1천 5백 명에 이릅니다. 인구 비율로 따지면 0.5%가 채 안 되는 수치입니다. 그래서 혹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것밖에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 몇십 퍼센트의 예산을 지출하는 것이 합당한가'고 문제를 제기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자기 몸에 병이 들어도 전체 몸에서 아픈 부위의 퍼센티지를 따져서, 자기 수입에서 그 비율만큼만 돈을 쓰겠다는 사람일 것입니다.
우리가 21세기를 대비해서 여러 방면에서 정책을 세우고 준비합니다만, 미래를 향해 가는 것은 <성장>과 <발전>이라는 전제가 있을 때 의미가 있습니다. 성장을 하고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몸 전체가 정상적이어야 합니다. 만일 한 쪽이 불편하다면 그 부분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때 비로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구미 시민 전체를 하나의 몸으로 생각하면 문제는 간단합니다. 시민 중에 불편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 어떠한 일보다도 아프고 고통스러운 부분을 해결하는 일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기에는 그 어떤 이론이나 학설, 또는 상황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그들을 몸의 한 지체(肢體)라고 생각하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
저작권 ⓒ 이야기마을™, 1997~2014. 마을지기: 전대환. 모든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이 사이트의 이름 *'이야기마을'은 특허청에 등록된 서비스표입니다(제41-0179291호).
온라인 오프라인 출판 분야에서 이 사이트 외에서는 '이야기마을'이란 이름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사이트저작권]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1997-04-01 (Tue)
전대환 [2004-09-27 21:59]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