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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이 있으면 하루를, 거처(居處)가 있으면 일 년을, 직업이 있으면 십 년을, 교육이 있으면 백 년을, 문화가 있으면 천 년을, 종교가 있으면 만 년을 평안하게 지낼 수 있다고 했다. 천 년이나 만 년 단위는 일단 미뤄 두고, 우리의 일생 동안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분야가 교육일 것이다.
"교육"이라 하면 으레 대학 입시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이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교육은 어린이 교육이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교사가 어머니 아버지, 곧 부모라는 사실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이는 어머니의 태중에 있을 때부터 이미 교육을 받고 있고,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의 품에 안겨 젖을 빨면서 가정을 배우고 사람과의 사귐을 배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 속에는 조기교육을 중요시했던 우리 조상들의 슬기가 흠뻑 배어 있다.
어머니의 품을 떠나, 가장 먼저 가족이 아닌 타인의 손에 의해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 어린이집이다. 그렇다면 어린이집은 어린이들에게 있어서 가정과 같은 곳이어야 하고, 앞으로 10년 이상 받게 될 학교교육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학교의 냄새도 어느 정도 맡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할 것이다.
예수는 사람의 정신적 성장을 씨 뿌리는 일에 비유했다. 농부가 씨를 뿌렸는데, 더러는 돌밭에 떨어졌고, 더러는 길가에 떨어졌고, 더러는 가시밭에 떨어졌고,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졌다. 물론 여기서 밭이란 사람의 마음을 일컫는다. 아무리 좋은 씨앗이라도 밭이 좋지 않으면 좋은 열매를 거둘 수 없다는 뜻에서 하신 말씀이다.
어린이의 마음을 밭이라고 생각해 보자. 가정의 환경이나 가정에서의 교육 여하에 따라 어린이들의 밭이 천차만별일 것은 당연하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귀엽다고 한다"는 말처럼, 제 자식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마는, 아이들을 세상에 내놓고 보면 지능의 차이, 예술에 대한 감각의 차이, 성격의 차이, 사교성의 차이 등 어떤 면에서건 차별은 있게 마련이다. 어떤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져서 교사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가 하면 또 어떤 아이들은 들을 때는 잘 이해를 해놓고 돌아서면 딴 짓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런 상태가 곧 씨앗이 떨어질 밭의 상태이다.
그러나 천만 다행인 것은, 신(神)께서 사람의 성장 과정에서 "어린이"의 시절을 주신 것이 아닌가 한다. 어린이들의 마음 밭은 아직까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밭이기 때문이다. 만일 돌밭이라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돌을 주워낼 수 있다. 가시밭이라고 하더라도 치워낼 수 있다. 길가 밭이라고 하더라도 예쁘게 울타리를 쳐서 보호할 수 있는 것이 어린이들의 마음 밭이다. 아직까지 굳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린이집에서의 교육을 어찌 가볍게 볼 수 있겠는가. <비산 어린이집>은 부모들이 직장에 나가 있는 동안 아이들이 혼자 있는 시간을 '때우는' 공간이 아니기를 바란다. 아이들의 마음 밭을 정성껏 파고 갈아서, 그 밭에 심어지는 씨앗이 정말 튼튼하고 예쁘게 자랄 수 있도록 해 주는 귀한 농장이어야 할 것이다. 부모들로부터 '자식농사'를 위임받았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곡식은 주인네 발자국 소리 듣고 자란다"고 하거니와, 성실한 농부는 자기 논이건 소작으로 얻은 논이건 가리지 않고 자식보다 더 정성스럽게 곡식을 대한다.
정성껏 논밭을 갈고 씨앗을 심어, 열매가 맺을 즈음, 이 아이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낼 때는, 제 자식을 남의 집에 보내는 것으로 착각을 일으킬 만큼 정이 듬뿍 담긴 어린이집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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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1-01 (Thu)
전대환 [2004-09-27 22:05]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