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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철한 아이와 멍청한 아이
명철한 아이와 멍청한 아이
1999-08-06 (Fri) 전대환 [2004-09-28 00:49]
전대환 내일신문
유태인들은 네 가지 종류의 아이들, 곧 명철(明哲)한 아이, 악(惡)한 아이, 단순한 아이, 그리고 멍청한 아이가 있다고 가르친다. 이 구분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최대 명절인 유월절(踰越節)과 관련하여 명확하게 나타난다. 명철한 아이는 부모에게, ‘우리가 이 예식을 행하는 뜻이 무엇입니까? 하고 묻는다. ‘악한 아이’는 “당신들이(자기가 아니라 부모들이) 이 예식을 왜 하는 거죠?” 하고 묻는다. 단순한 아이는 그저 “무엇 때문에 이런 예식을 행하는가?” 하고 묻고, 멍청한 아이는 도대체 질문이라고는 할 줄 모르는 아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유월절은 이집트에서 400년 넘게 종살이를 하다가 탈출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유대인들은 이 날이 되면 저녁에 온 식구들이 모여서 <하가다>라고 하는 유월절 예식문을 읽으며 예식을 진행하는데, 보통 두 시간에서 길게는 다섯 시간 가까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가 설날이나 추석에 제사를 지내듯이 거의 전 국민이 이 길고 긴 예식을 행한다. 전 세계에서 다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민족 의식이 여기서 똘똘 뭉쳐지는 것이다.
이스라엘 아이들이 말을 알아듣기 시작할 때 부모로부터 처음 듣는 말은 “우리는 노예였다”는 말이다. 이런 류의 말을 보통 사고언어(思考言語) 곧 생각하게 하는 언어라고 부른다. 우리가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 “바둑아, 놀자... 철수야, 영희야, 놀자...” 등의 글자를 처음 배우던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의 유월절이 우리에게는 광복절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서 양력 8월 15일은 노는 날, 하루 종일 TV가 나오는 날(식상한 정치인들의 모습이 보이는 짤막한 기념식 포함), 고속도로가 막히는 날, 휴가의 막바지 등등의 의미 이상의 그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이제 우리도 뭔가 뼈대있는 민족성을 보여야 한다. 냄비 끓듯이 한 순간 바르륵거리다가 돌아서면 잊어버릴 것이 아니라, 기억할 것은 끈질기게 음미하고, 가릴 것은 악착같이 가려내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해마다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모양의 수해(水害)가 터지고, 해마다 똑같이 줄서서 수재의연금을 내고 하는 것을 되풀이하는 것보다는 수해가 나게 된 원인을 끈질기게 찾아 벌받을 사람은 벌받게 하고, 고칠 것은 확실하게 고치는 독한 마음가짐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IMF 사태가 터지고 금 모으기 한다고 한 순간 바르륵거릴 것이 아니라, 다시는 그런 위기가 오지 않게 할 끈덕진 노력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못되게 굴던 친일파들도 금방 잊어주는 국민, 금강산 댐 만든다고 거짓말을 해도 찰떡같이 믿고 열심히 돈 내는 국민, IMF같은 치욕 속에서도 금 모으기 한다고 줄을 서 주는 국민, 해마다 똑같은 수해가 나도 끽 소리 없이 수재의연금을 열심히 내주는 국민이 있기에 대한민국에서는 너도나도 정치한다고 나서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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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8-06 (Fri)
전대환 [2004-09-28 00:49]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