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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년 후를 대비하자
또 일년 후를 대비하자
1997-07-01 (Tue) 전대환 [2004-09-27 22:01]
전대환 두리마당(컴두리센터)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의 이야기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배가 파선하는 바람에 한 선원이 바에 표류하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어느 섬에 도달하였습니다. 원주민들은 그를 발견하고 추장 앞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선원은 두려움에 사로잡혔지만, 이내 안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뜻밖에도 원주민들은 선원을 임금으로 추대하였기 때문입니다. 앞뒤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선원은 임금 대접을 받으면서 마음껏 호강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원주민 한 사람을 불러 내막을 알아본 결과 그들은 1년에 한 번씩 왕을 세웠다가 1년이 지나면 그 왕을 무인도로 보내서 죽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선원은 깜짝 놀랐습니다. 일년 후에 대책을 깊이 생각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선원은 임금이라는 현재의 직책을 십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배를 한 척 짓게 한 다음 곡식과 과일 나무를 싣고 무인도로 가서 심게 했습니다. 임금의 명령이므로 그들은 모두 그대로 따랐습니다. 1년이 지나자 그들은 임금을 무인도로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는 1년 뒤의 대책을 세워 두었기 때문에 여생을 안전하게 살았습니다.
서두가 길어졌습니다만,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설립 후 1년이 지난 컴두리센터! 한 해는 무사히 넘어갔습니다. 돌이켜 보아서 만족할 만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역시 우리 컴두리센터도 모자란 부분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6월의 1주년 기념 행사 이후로 우리는 다시 한 번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을 뿐만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후원해 주셨고,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더 열심히 활동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까지 사랑으로 감싸 주신 모든 분들께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해 드립니다.
이름 없고 빛 없는 이 일을 위해 든든한 지주가 되어 주신 성차경 이사장님, 두 팔 걷어붙이고 궂은 일을 도맡아 감당해 온 이사님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각기 맡은 바 임무를 오직 사랑과 인내로 묵묵히 완수해 오신 부장님들, 우리 센터의 어머니 역할을 맡아 고군분투를 마다 하지 않은 김태영 간사님, 그리고 조그마한 역량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센터의 등쌀에도 불구하고 즐거움으로 움직여 주신 자원활동가 여러분들의 고마움을 어떻게 다 말로 할 수 있겠습니까?
구식 컴퓨터를 받아도, 고장 신고를 해 놓고 몇 일씩이나 기다려야 하면서도 불평은커녕 오히려 감사하다는 말만 아낌없이 내뱉는 장애우 여러분들에게는 송구스러움과 함께 눈물겨운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1년 뒤에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굳은 각오로 2주년을 향하여 달려가야 하겠습니다. 이런 다짐으로 올 한 해 동안은, 부르는 곳에 무작정 달려가기만 할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장애우라도 진정한 재활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협력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겠습니다.
컴두리 가족 여러분! 악세사리나 취미생활로서가 아니라, 1년 뒤에는 무인도로 끌려가 아사(亞使) 당할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2주년을 향해 함께 달려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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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7-01 (Tue)
전대환 [2004-09-27 22:01]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