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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얼마나 내십니까?
국민연금, 얼마나 내십니까?
1999-03-26 (Fri) 전대환 [2004-09-28 00:44]
전대환 내일신문
지난달에는 유난히 신용카드를 많이 썼다. 해외출장 경비, 인터넷 서버 확충 경비 등 몇 달 동안의 생활비를 몇 일만에 다 써버렸다. 그런데 몇 백만 원의 서버 구입 비용이나, 수십 만원의 비행기 삯에 대해서도 아깝다거나 후회스럽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캐나다의 어느 인도 음식점에서 맛도 없는 인도 음식을 먹는 데 우리 돈으로 1만원이 넘는 돈을 쓴 것이 못내 아쉽다. 조금만 더 부지런을 떨었어도 적당한 음식점을 골라서 값싸게 한 끼를 해결하였을 텐데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서 허겁지겁 눈에 띄는 대로 들어갔던 것이 그 모양이 되고 말았다.
돈을 쓴다는 게 이렇다. 아무리 큰 액수라도 자기가 써야 할 곳에 적절히 썼다고 생각하면 하나도 아깝지 않으나 보잘것없이 적은 금액이라도 내키지 않는 곳에 어쩔 수 없이 쓰게 되면 개운치가 않다.
최근 의료보험 통합 문제와 국민연금 문제 때문에 한동안 시끄러웠다. 봉급 생활자들은 ‘우리만 봉인가’ 하며 불만을 표출했고, 자영업자들 역시 그들 나름대로 불만이 많았다.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료 책정 금액에 대해, 직장생활을 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소득이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노출되는 데 비해 자영업주들은 소득 노출이 안 되니 상대적으로 손해라는 생각이고, 일부 자영업주들은 장사도 안 돼 못 살겠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터무니없는(?) 배당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듯 황당해 하는 모습니다.
양쪽 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자영업자들,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 그리고 이른바 불로소득자들의 소득이 백일하에 드러나면 간단히 해결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금융실명제가 도입돼 있고, 모든 거래에는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도록 하는 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실명제는 무슨 부작용인지는 모르지만, 말도 안 되는 이유 때문에 흐지부지되고 말았고, 세금계산서 문제는 언제 정착될지 앞이 안 보이는 상태이다. 껌 하나를 사도 ‘껌 값 얼마에 세금 얼마’ 해서 정확히 세금 계산서를 끊어주는 선진국들을 언제까지나 부러워만 하고 있을 것인가.
국민 모두의 소득 상황이 투명해지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을 왜 그렇게 복잡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봉급 생활자들이야 애초에 드러난 소득이니 말할 것도 없고, 세금이든 국민연금이든, 돈 잘 버는 사람들은 많이 내고 장사가 안 돼 죽을 지경인 사람들은 오히려 국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회, 이 얼마나 건강한 사회인가.
국민에 대한 모든 부담금은 철저히 합리적이어야 하고 누구든 납득하고 기꺼이 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다수의 국민이 납득하지 못한다면 시행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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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3-26 (Fri)
전대환 [2004-09-28 00:44]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