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글들은 대개 전대환의 저작물들입니다.
글을 사용하시려고 하는 경우 반드시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스승의 날을 보내고
스승의 날을 보내고
1999-05-27 (Thu) 전대환 [2004-09-28 00:47]
전대환 내일신문
이번 스승의 날에는 많은 학교들이 이른바 ‘가정학습’이라는 이름으로 휴교했다. “구더기가 무서우니 장을 담그지 말자”고 생각한 이들의 주장이 먹혀 들어간 스승의 날 휴교 사건이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꽃 재배 농가만 큰 피해를 보았다. 5월에 출하 시기를 맞춰 잔뜩 키워놓았던 꽃들이 쓰레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는 씁쓰레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무리 휴교를 한다고 해도, 그 전 날이나 다음 날 선생님의 가슴에 꽃을 안겨 드려도 되었을 터인데 꽃 소비가 현격히 줄었다는 이야기는, 그 동안 형식적으로 또는 눈치 보느라 꽃을 드렸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근로자의 날에 근로자들이 쉬듯이 스승의 날에 선생님들로 하여금 모처럼 쉬게 해 드리는 것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 스승의 날 하루 전 곧 5월 14일에 색종이로 곱게 만든 꽃이나 조그만 카네이션 생화 한 송이를 준비해서 어린이 스스로 준비할 수 있을 정도의 선물 한 가지씩과 함께 선생님께 드리며 ‘스승의 은혜’ 노래라도 힘껏 불러 드리고, 스승의 날 당일은 하루를 푹 쉬시게 해 드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스승의 날 당일에는, 느지감치 아침을 드신 선생님들이 제자들이 준비한 코 묻은 선물들을 하나 하나 챙겨 가면서 ‘이 놈은 이렇게 자라면 좋겠어,’ ‘이 아이는 커서 한 가닥 할거야...’ 하시면서 편안한 기분으로 아이들을 하나하나 짚어 보시고, 어린이들은 삼삼오오 패를 지어 사전 연락도 없이 선생님 댁을 방문하여 선생님께서 사시는 모습도 보고, 선생님이 손수 끓여 주시는 라면이라도 한 사발씩 얻어먹고, 돌아오는 길에는 학교 운동장에 들려 그 동안 학원 가느라고 제대로 하지도 못했던 축구나 한 판 하고 해질 녁에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얼마나 낭만적일까.
그런데 귀찮다고 아예 학교 문을 닫아버린 교육 담당자들이나 그렇다고 거기 발맞추어 ‘얼씨구나 잘 됐다’ 하면서 꽃 한 송이 없이 입 싹 닦아버린 아이들, 아니 아이 엄마들이나 거기서 거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 부부는 두 아이를 4~5년 동안 초등학교에 보내면서 스승의 날이든 아니든 10원짜리 하나라도 촌지라고 선생님께 건네 드린 적 없고, 변변한 선물 하나도 해 드리지 못한 미련퉁이 학부모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무슨 날이 되면 자기들이 문방구에 가서 몇 백원씩 주고 이것저것 사서 카드도 만들고 편지도 쓰고 열심히 준비한다. 그렇게 여러 해를 보냈음에도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보다 학교에 있는 시간을 더 즐거워하고, 아침마다 소풍 가는 아이들처럼 책가방 메고 신나게 학교로 달려가는 것을 보면 우리 아이들은 좋은 선생님들만 만난 ‘복 터진’ 아이들인가보다.
저작권 ⓒ 이야기마을™, 1997~2014. 마을지기: 전대환. 모든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이 사이트의 이름 *'이야기마을'은 특허청에 등록된 서비스표입니다(제41-0179291호).
온라인 오프라인 출판 분야에서 이 사이트 외에서는 '이야기마을'이란 이름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사이트저작권]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1999-05-27 (Thu)
전대환 [2004-09-28 00:47]
[칼럼] 
